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칠 년을 만난 사람과 헤어진 지 두 달이 됐을 때 신청했어요. 크게 싸운 것도, 바람이 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느 순간 설렘이 다 빠져나간 자리에 익숙함만 남았고,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지 둘 다 자신이 없어져서 놓았어요. 서른여덟이 되도록 이런 이별이 제일 아프다는 걸 몰랐어요. 미워할 대상조차 없으니까요. 화라도 낼 수 있으면 차라리 나을 텐데, 그냥 조용히 남이 되는 건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칠 년이면 습관이 몸에 배잖아요. 헤어지고도 저는 여전히 마트에서 그 사람이 좋아하던 반찬거리 앞에 손이 멈췄고, 좋은 걸 보면 사진 찍어 보내려다 멈칫했어요. 이 사람 없이 이대로 나이 드는 건가, 그 생각이 밤마다 목을 눌렀어요. 재회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게 자연스러운 끝인지가 정리가 안 돼서 상담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은 설렘으로 굴러가는 조합이 아니라 신뢰가 쌓일수록 깊어지는 구조인데, 정작 두 분 다 그 깊어진 관계의 가치를 설렘 없어짐과 헷갈렸다고 하셨어요. 잃은 게 사랑이 아니라 새로움이었을 뿐이라고요. 그 말에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 하나가 풀렸어요. 식은 줄 알았던 게 사실은 자리를 잡은 거였다는 걸요. 우리는 온도가 내려간 걸 마음이 끝난 걸로 잘못 읽었던 거예요. 제가 말 안 한 부분도 짚으셨어요.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 건 저인데, 사실 저는 이 사람이 붙잡아주길 기다렸거든요. 그 속마음을 콕 집으시더라고요. 헤어지자는 말로 마음을 확인받고 싶었던 거였는데, 그걸 들키니 좀 부끄러웠어요. 무조건 재회하라는 말씀은 없었어요. 대신 다시 만난다면 뭘 새로 쌓아야 하는지, 예전처럼 익숙함에 기대는 대신 어떻게 다시 온기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짚어주셔서, 그 방향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려 해요. 조급하게 매달리는 대신, 이번엔 제대로 답을 찾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