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이 리뷰를 쓸까 말까 며칠을 앉아서 고민했어요. 별점을 3점으로 남기기로 마음먹은 게 자꾸 걸려서요. 그래도 저처럼 재구매를 앞두고 망설이는 분이 계실 것 같아서, 좋았던 것도 아쉬웠던 것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적어볼게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저는 전혀 다른 얼굴로 여기 문을 두드렸어요. 그때는 3년을 만난 사람과 정리를 앞두고 있어서, 재회가 되느냐 마느냐가 제 세상의 전부였거든요. 그 상담을 받고 결국 마음을 접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이별이 저를 일 속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약국을 하나 더 낼지, 지금 자리를 그냥 지킬지. 올 한 해가 통째로 그 고민이었어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매일 흰 가운을 입고 카운터에 섰어요. 손님한테 약을 건네고 복용법을 설명하는 제 목소리는 늘 멀쩡했어요. 그런데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셔터를 반쯤 내리는 순간이 오면, 온종일 눌러둔 게 명치까지 차오르곤 했어요. 서른넷이라는 나이가 이럴 때 참 애매하더라고요. 뭔가를 크게 벌이기엔 늦은 것 같고, 접기엔 또 이른 것 같고. 그 사이에서 저울질만 반복하다가, 작년 이맘때 곁에 있던 사람이 지금 있었다면 이 결정을 반쯤은 나눠 짊어졌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 무렵 저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살았어요. 아침이면 제일 먼저 약국 문을 열고, 직원들 출근하기 전에 매대를 정리하고, 처방전을 받아 들면 손이 알아서 척척 움직였어요. 누가 보면 결정이라곤 흔들림 없이 내리는 사람 같았을 거예요. 그런데 정작 제 인생을 걸어야 하는 확장 문제 앞에서는, 계산기를 몇 번씩 두드려도 숫자가 눈에 안 들어왔어요. 확장 계획서를 열어놓고 커서만 깜빡이는 걸 보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고 창고에 들어가 재고를 다시 세던 밤이 몇 번이나 있었어요. 결정을 미루려고 몸을 굴린 거죠. 그게 제 방식이더라고요. 마음이 무거우면 일을 더 벌여서 그 무게를 안 보이게 덮는 거요. 좋았던 절반부터 말씀드릴게요. 선생님이 제 사주를 한참 보시더니, 당신은 확장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라 벌여놓고 결국 혼자 다 떠안다가 소진되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하는 구조라고 하셨어요. 저 이 문장을 읽다가 소리 내어 한 번 다시 읽어봤어요. 텅 빈 약국에서 제 목소리로요. 저 진짜 뭐든 벌이면 사람을 못 믿고 제가 다 하거든요. 직원을 뽑아도 밤에 혼자 남아 마감을 다시 확인하고, 재고를 몇 번씩 세고요. 제가 입도 뻥긋 안 한 부분을 이렇게 정확히 짚으시는 게 무서울 만큼 놀라웠어요. 확장을 한다면 내년 봄, 그중에서도 사람을 먼저 붙이고 일을 벌이는 순서로 가라고, 순서 하나만 바꿔도 소진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하신 대목은 두고두고 곱씹었어요. 사실 이 문답을 넣기 전까지, 저는 사업 결정과 지난 연애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제가 일을 벌이고도 아무도 못 믿어 혼자 떠안는 그 습관이, 예전 관계에서 혼자 다 해주다 지쳐 나가떨어지던 모습이랑 섬뜩할 만큼 똑같더라고요. 사람이 바뀐 게 아니라 무대만 바뀐 거였어요. 그 대목에서는 잠깐 서늘해졌어요. 미운 게 아니라, 결정 앞에서 늘 혼자라는 그 감각이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변했다는 게 견디기 힘들었던 거예요. 카운터에 혼자 앉아 마감을 보던 밤, 그 사람이라면 이 무게를 반쯤 나눠 졌을까 하는 생각이 또 스쳤고요. 그런데 나머지 절반은 솔직히 조금 아쉬웠어요. 재물의 기운이 오르내리는 시기를 설명한 문단들은, 제가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본 이야기랑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무리한 확장은 조심하라는 말은 누구한테나 할 수 있는 말이잖아요. 그런 대목에서는 마음이 좀 식었어요. 날카로운 데는 정말 서늘할 만큼 날카로운데, 평범한 데는 딱 평범해서 그 낙차가 오히려 더 아쉬웠던 것 같아요. 월별 택일 캘린더는 실용적이었어요. 계약이나 큰 결정을 어느 달에 몰고 어느 달은 비워두라는 게 표로 정리돼 있어서, 다이어리에 그대로 옮겨 적었어요. 마음이 늘 붕 떠 있던 저한테는 이렇게 손에 잡히는 종이 한 장이 의외로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결정을 못 내려서 힘든 게 아니라, 언제 내려야 하는지를 몰라서 하루하루가 무거웠던 거였구나 싶었어요. 어느 달에는 아무것도 벌이지 말고 그냥 지키기만 하라는 문장을 보고는, 조급하게 굴던 제 어깨가 조금 내려앉았어요. 정리하면, 저를 정확히 읽어준 그 절반 때문에 신청한 걸 후회하진 않아요. 다만 기대가 컸던 만큼 나머지 절반의 무난함이 자꾸 눈에 밟혀서, 별점은 솔직하게 3점으로 남겨요. 사실 이 점수를 두고도 마음이 오래 왔다 갔다 했어요. 저를 그렇게 정확히 읽어준 사람한테 3점을 매기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도 후기라는 건 제가 느낀 온도를 그대로 적는 자리잖아요. 그래서 부풀리지 않기로 했어요. 저처럼 나를 콕 집어주는 한 문장이 절실한 분이라면, 그 한 문장은 분명히 건지실 거예요. 저는 그 한 문장 덕분에 몇 달을 붙들고 있던 고민에 방향이 생겼으니까요. 다만 모든 문단이 그 온도는 아니라는 것만 알고 가시면 좋겠어요. 날카로운 데를 기대하고 갔다가 평범한 데서 잠깐 식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그 낙차까지 다 겪고도, 그 한 문장은 아깝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