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지금 만나는 남자, 처음에는 전 남자친구한테 복수하려고 시작한 연애였어요. 전 남자친구가 저 차고 2주 만에 다른 여자 만나서 인스타에 올린 거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거든요. 나도 빨리 새 남자 만들어서 보란 듯이 행복한 척 해야지, 그래서 소개팅 세 개를 잡았어요. 세 번째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이 지금 남자친구인데 문제는 이 사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이용하려고 했어요.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전 남자친구가 보게 만들고. 근데 만나면 만날수록 이 사람한테 진심이 가기 시작한 거예요. 배려심이 깊고, 제 말을 진짜 잘 들어주고, 웃을 때 눈이 초승달 모양이 되는 게 자꾸 눈에 밟혀요.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서 있었는데 자기 쪽이 다 젖으면서 우산을 제 쪽으로 기울이고 있더라고요. 그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이 사람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죄책감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혼란이 온 거예요. 이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전 남자친구에 대한 분노가 만들어낸 착각인지. 불순한 시작에서 나온 감정을 믿어도 되는 건지. 만약 진짜가 아니라면 이 좋은 사람을 이용하는 최악의 인간이 되는 거잖아요. 선생님이 새로 만난 사람과의 궁합을 보시더니 출발이 어쨌든 이 인연은 진짜라고 하셨어요. 시작의 동기가 불순했다고 해서 거기서 자란 감정까지 가짜인 건 아니라고요. 다만 전 남자친구에 대한 미련이나 분노를 완전히 정리하지 않으면 새 관계에 독이 될 수 있다면서, 전 남자친구 SNS를 당장 언팔로우하고 비교하는 습관을 끊으라고 하셨어요. 좋았는데 전 남친 쪽 분석이 좀 더 자세했으면 해서 별 4개요. 그래도 내 감정이 진짜라는 확인을 받은 게 제일 컸어요. 이제 전 남친은 잊고 이 사람에게 집중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