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여섯 살 위 오빠랑 썸을 타는 게 이렇게 사람 진을 빼는 일인 줄 몰랐어요. 잘해주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선을 딱 긋는 느낌이라, 이게 관심인지 그냥 어른의 예의인지 도무지 갈피가 안 잡히더라고요.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클라이언트 미팅을 다녔어요. 제안서 넘기고 웃으면서 회의하고. 그런데 회의가 끝나고 노트북을 덮으면, 정작 제 머릿속은 그 오빠 답장 하나에 온통 매여 있었어요. 프리랜서라 시간은 제가 쓰는데, 마음은 제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마감이 코앞인데도 그 사람이 남긴 짧은 답장 하나를 몇 번씩 다시 열어보는 저를 보면서, 이러다 일도 마음도 다 놓치겠다 싶었어요. 남들 앞에선 일 잘하는 척 다 하면서, 정작 이 감정 하나는 어디 상의할 데도 없었고요. 사실 처음엔 사주로 이런 걸 어떻게 알겠나 싶었어요. 얼굴도 못 본 사람 속을 무슨 수로요. 그런데 선생님이 그 사람 구조를 보시더니, 그 나이대의 그 기운은 마음이 있어도 먼저 티 내는 걸 손해라고 여기는 쪽이라, 오히려 느긋한 태도가 호감의 표현일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곱씹어 보니 정말 그랬어요. 제가 급한 티를 내면 한발 물러서는데, 편하게 대하면 다음 약속을 먼저 꺼내거든요. 저는 그동안 그 사람 신호를 정반대로 읽고 혼자 애를 태우고 있었던 거예요. 다가갈 타이밍까지 콕 집어주셔서, 이제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마케터라 데이터 없으면 불안해서 못 사는 성격인데 ㅋㅋ 이번엔 근거 있는 여유라는 게 생겼어요. 마음을 놓으니까 오히려 그 사람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5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