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장맛비가 창을 두드리는 밤마다 두 사람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어요. 한 명은 편하고 한 명은 설레는데, 둘 다 놓치기 싫은 제 마음이 스스로도 얄미웠어요. 빗소리를 세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었고, 그 밤이 며칠이나 반복됐어요. 피부관리사로 종일 남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정작 제 마음은 하나도 정리를 못 하고 있었어요. 손님 피부 결은 한눈에 읽으면서, 제 마음 결은 왜 이렇게 뿌연지 답답했어요. 양다리를 걸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누구한테 마음을 줘야 할지 몰라서 썸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편한 사람한테는 당신이 기대는 거고, 설레는 사람한테는 당신이 증명받고 싶은 거라, 둘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설렘만 좇지 말고, 어느 쪽이 나를 편하게 그냥 두는지를 보라고요. 그 한 줄에 뿌옇던 게 걷혔어요. 설렘은 내가 애써 만드는 감정이고, 편안함은 상대가 내게 주는 감정이라는 걸 그제야 구분하게 됐어요. 늘 설레는 쪽이 진짜 사랑인 줄 알았는데, 그건 제가 매달려 만든 온도였던 거예요. 정작 저를 편하게 두던 사람은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었고요. 비 오는 밤 두 사람 사이에서 혼자 저울질하던 마음을 이렇게 갈라 읽어주시니, 목울대가 뜨거워질 만큼 후련했어요. 눈물이 핑 돌았는데 이번엔 아파서가 아니라 풀려서 나는 것이었어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설레는 쪽이 아니라, 저를 편하게 두는 쪽으로요. 요란한 설렘 대신, 오래 데워지는 온기를 고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