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남자친구와 1년째 장거리 연애 중이에요. 13시간 시차가 이렇게 잔인할 줄 몰랐어요. 제가 퇴근하고 집에 와서 오늘 있었던 일 얘기하고 싶을 때 그쪽은 새벽 3시예요. 당연히 자고 있죠. 그쪽이 점심 먹고 연락할 때 저는 한창 미팅 중이고요. 하루에 서로 깨어있는 시간이 겹치는 게 고작 두세 시간인데, 그마저도 피곤해서 제대로 된 대화를 못 해요. 처음에는 괜찮았어요. 보고 싶으면 화상통화 하면 되지, 방학 때 만나면 되지, 사랑하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지. 그런데 6개월쯤 지나니까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점점 멀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힘든 얘기를 해도 그쪽은 공감보다는 조언을 하려고 하고, 주말에는 또 친구들이랑 파티 간다고 바쁘고. 나만 이 관계에 매달리고 있는 건가 싶어서 몇 번이나 울면서 잠들었어요. 결정적으로 힘들었던 건 제 생일 때요. 시차 때문에 자정에 축하 전화를 기대했는데 연락이 없었어요. 한 시간 기다리고, 두 시간 기다리고, 결국 새벽 2시에 포기하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카톡이 와있더라고요. 그것도 이모티콘 하나에 짧은 한 줄. 그거 보고 화장실에서 울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더 서러웠어요. 생일인데 이 꼴이 뭔가 싶었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에서 원거리 인연의 끈이 보인다고 하시면서 이 관계가 끝날 인연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다만 올해 안에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결정이 필요하고, 여름 이후에 그쪽에서 귀국 관련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요. 실제로 남자친구가 내년 봄 귀국을 고민하고 있긴 해요. 구체적인 시기가 좀 더 명확했으면 해서 별 4개 드리지만, 이 관계가 끝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어요. 시차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이 좀 덜 외로워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