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3년 사귄 남자친구가 갑자기 이별 통보를 했어요. 정말 아무 징조도 없었어요. 전날 밤에도 카톡으로 내일 뭐 먹을까 얘기하면서 웃고 있었는데, 다음 날 저녁에 만나자마자 제 손도 안 잡고 테이블 건너편에 앉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 그만하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웃으면서 뭐 무슨 소리야 했는데 그 사람 표정이 변하지 않는 거예요. 그때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뭔지 처음 알았어요.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었어요. 밥을 시켰는데 한 숟가락도 못 떴어요.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어요. '더 이상 너한테 잘해줄 자신이 없다'는 말이 전부였어요. 3년 동안 서로한테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한 마디로 모든 게 부정당한 기분이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 닫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서 새벽까지 울었어요. 화장도 안 지우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그대로. 일주일 동안 밥을 거의 못 먹었어요. 회사에서도 화장실에 숨어서 울었고, 친구들한테 연락할 힘도 없었어요.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 3년치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봤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같이 보시더니 상대방이 올해 초부터 심리적으로 극심하게 위축되는 시기에 진입했다고 하셨어요. 직장에서의 압박, 미래에 대한 불안, 이런 것들이 겹치면서 자기 자신조차 감당이 안 되는 상태인데 이런 사람들이 가장 먼저 놓는 게 가까운 사람이래요. 연애를 끝낸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지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던 거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분노가 좀 가라앉았어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었구나. 하반기에 상대방의 운이 풀리면서 자기가 뭘 잃었는지 깨닫고 먼저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면서도, 그때 바로 받아주지 말고 충분히 대화를 한 뒤에 결정하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차분하게 내 생활에 집중하면서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라고요.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알려주시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아직 아프지만 적어도 이 아픔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