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학원 끝나고 버스정류장에서 그 오빠한테 번호를 받았어요 ㅋㅋ 같은 시간 수업이라 몇 주째 눈만 마주치다가요. 근데 번호를 받고 나서가 더 미치겠는 거예요. 이걸 그냥 인사치레로 준 건지, 진짜 관심이 있어서 준 건지를 모르겠어서요. 스물넷이라 연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자기 얘기만 실컷 하다 끝나고 ㅋㅋ 밤마다 카톡 목록만 켰다 껐다, 그 오빠 프로필 눌렀다 나왔다 하면서 혼자 앓았어요.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다음 수업 나가면서, 속으론 이 사람이 오늘 나 봤나 안 봤나 그거 하나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고요. 괜히 먼저 연락했다가 없어 보일까 봐, 그 자존심 하나 때문에 며칠을 끙끙댔어요. 답답해서 상담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관심 없으면 애초에 번호를 안 주는 유형이라, 번호를 준 것 자체가 이미 신호인데 대신 다가오는 속도는 느린 구조'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제가 먼저 가볍게 연락해도 부담스러워할 사람은 아니라고요. 준 것 자체가 신호라는 그 말에 용기가 좀 났어요. 저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건 아닐까 하던 게 딱 풀렸거든요. 근데 그 말을 듣고도 며칠은 더 망설였어요. 스물넷이 무슨 대단한 나이라고, 저는 늘 상대가 확실하게 표현해주기 전엔 못 움직이는 겁쟁이였거든요. 그러다 이번엔 선생님 말 믿고, 오빠 오늘 수업 왔어요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톡을 보냈어요. 답장이 생각보다 빨리 왔고, 이런저런 얘기가 밤늦게까지 이어졌어요. 진작 보낼걸, 며칠을 왜 그렇게 끙끙댔나 싶더라고요 ㅋㅋ 딱 하나, 결과지에 좀 어려운 표현들이 있었어요. 기운이 어떻고 흐름이 어떻고 하는 대목은 무슨 말인지 바로 안 와닿아서 두 번씩 읽었거든요 ㅋㅋ 저처럼 어린 사람도 한 번에 읽고 알 수 있게 조금만 더 쉽게 풀어주면 좋겠어요. 그래도 다가가도 된다는 확신은 확실히 얻었으니까, 그건 별 넷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