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이 사람과 정말 평생을 갈 수 있을까. 마흔둘에 국제연애를 하면서 제가 매일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이에요. 상대는 외국에 있고, 저는 시차와 거리를 견디며 결혼까지 생각하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안 섰어요. 게임 기획 일이 밤낮이 없다 보니, 정작 그 사람이 깨어 있는 시간엔 제가 회의에 붙들려 있곤 했고요. 친구 결혼식에 다녀온 날은 유독 심했어요. 다들 곁에 사람을 두고 웃는데, 저는 화면 너머의 사람 하나를 붙잡고 이게 맞나 흔들리고 있었으니까요. 거리라는 게 참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어요. 새벽에 눈이 떠지면 습관처럼 그 사람 나라 시간을 계산하고, 지금 뭐 하고 있을까 혼자 그려보다가, 이렇게 화면으로만 마음을 확인하는 사이가 정말 결혼까지 갈 수 있는 건지 겁이 났어요.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 거리를 평생 견딜 자신이 없었던 거예요. 그 불안을 누구한테 말해도 다들 그럴 거면 헤어지라고만 하니까, 오히려 더 외로웠고요. 궁합 상담에서 선생님이 두 사람 기질을 보시고는, 저희가 겉으론 정반대라 부딪칠 것 같지만 실은 서로 다른 계절을 사는 사람들이라 오히려 상대의 빈 곳을 채워주는 구조라고 하셨어요. '두 분은 같이 뜨거워지는 관계가 아니라, 한쪽이 흔들릴 때 다른 쪽이 중심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오래가는 조합이에요.' 이 문장이 정확히 저희였어요. 특히 제가 불안할 때 상대가 말을 아끼는 걸 저는 오래 무심함이라고 오해했거든요. 그게 그 사람 나름대로 중심을 잡는 방식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쌓였던 오해가 많이 풀렸어요. 그 뒤로 다투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요. 오래 흔들리던 사람이 확신 하나를 얻으면,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저는 이제 알아요. 그 확신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어요. 지난달에 저희 결혼하기로 했어요. 담담하게 말하지만, 이 결정에 이 리포트가 작지 않은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확신이 없어 몇 년을 미뤄온 일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