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혼 얘기가 오간 것도 아닌데, 밥을 먹다가도 문득 시댁 밥상 앞에 앉은 저를 상상하곤 했어요. 스물다섯에 벌써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이상한가 싶으면서도, 남자친구는 좋은데 그 사람 가족들 사이에서 제가 버틸 수 있을지가 자꾸 목에 걸려서 궁합을 신청했어요. 제약회사에서 영업을 하다 보면 하루 종일 사람들 눈치를 살피는데, 그 피로가 집에 와서도 안 풀리는 밤이면 결혼도 결국 관계구나 싶어 잠이 잘 안 왔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구조를 보시더니 '본인은 불편한 걸 안으로 삼키는 쪽이라, 티를 안 내다가 혼자 다 짊어지고 지치는 흐름'이라고 짚으셨어요. 이 대목은 정말 정확했어요. 회사에서 딱 그러거든요. 힘든 걸 그 자리에서 말 못 하고 있다가, 집에 와 불 끄고 누우면 그제야 하루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요. 제가 저를 그렇게 다루고 있다는 걸 남이 짚어주니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다만 솔직히 말하면, 제가 가장 궁금했던 시댁 관계 부분은 기대만큼 구체적이진 않았어요. 서로 예의를 지키면 큰 탈은 없다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고요. 제가 이 문제에 워낙 꽂혀 있어서 바란 게 컸던 탓도 있겠지만요. 제 속을 읽어준 건 분명한데, 정작 제일 무서웠던 지점은 조금 두루뭉술하게 지나간 느낌이라 별 세 개를 드려요. 그래도 나를 몰아세우던 버릇 하나를 알게 된 것만으로, 절반은 값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