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나 이 시험 대체 언제쯤 붙을까.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매일 스스로한테 묻던 질문이에요 ㅋㅋ 스물여덟에 몇 년째 붙잡고 있으니, 이게 내 길이 맞긴 한가 하는 회의까지 들더라고요. 합격 발표날마다 남들 붙는 걸 보면서, 왜 나만 제자리인가 싶어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어요. 몇 년째 같은 책상, 같은 문제집, 같은 불합격 통보. 그 반복이 사람을 갉아먹어요 ㅋㅋ 처음엔 나름 패기도 있었는데, 해가 바뀔 때마다 자신감이 한 겹씩 벗겨지더라고요. 친구들은 취업해서 자리를 잡고, 명절에 만나면 저만 아직도 학생 같은 신세라, 어른들 질문이 무서워서 모임도 피하게 됐어요. 제일 무서웠던 건 노력이 배신당하는 기분이었어요. 남들만큼, 아니 남들보다 더 앉아 있었는데 결과가 안 나오니까, 이게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고개를 들었거든요. 접자니 그동안 쏟은 시간이 아깝고, 계속하자니 또 안 될까 봐 겁나고. 그 사이에 낀 채로 매일이 아득했어요. 예전에 썸 상담을 받고 선생님이 짚어주신 게 잘 맞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연애 말고 시험 문제로 사주 문답을 신청했어요. 사주로 합격 시기까지 보나 싶었는데, 자유 질문이라길래 밑져야 본전이다 하고 물었어요. 솔직히 반쯤은 '누구한테나 곧 잘될 거라고 하는 거 아냐?' 싶었어요 ㅋㅋ 근데 선생님 답은 그런 뭉뚱그린 게 아니었어요. 제가 지금 노력한 게 바로 결과로 안 나오고 한 박자 늦게 터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조급함에 방식을 자꾸 바꾸는 게 오히려 독이라고 하셨어요. '지금 안 되는 건 방향이 틀려서가 아니라, 열매 맺을 계절이 아직 안 왔기 때문이에요.' 이게 딱 위로가 아니라 설명이라 좋았어요. 내 노력이 헛된 게 아니었다는 말을 이렇게 담백하게 들으니까 오히려 울컥했고요. 제가 놀란 건, 제가 시험을 준비하면서 자꾸 공부법을 바꾸고 교재를 갈아치우는 버릇이 있는데 그걸 짚으신 거예요. 안 쓴 얘긴데 어떻게 아셨지 싶었어요. 지금은 방법을 바꿀 때가 아니라 하던 걸 밀고 나갈 때라고요. 그리고 제 흐름상 결실이 무르익는 시기가 내년 상반기쯤이라, 그때를 목표로 페이스를 유지하라고 월별로 정리해 주셨어요. 막연히 언젠간 되겠지가 아니라 언제를 보고 버티라는 게 있으니까 확실히 덜 불안하더라고요. 원망하던 마음이 그제야 좀 풀렸어요. 나를 탓하던 게 사실은 때를 못 기다린 조급함이었구나 싶어서요. 교재를 원래 걸로 되돌려 놓고 나서, 저는 처음으로 조급함 없이 책상 앞에 앉았어요. 언제쯤 열매가 맺힐지 대략의 시기를 아니까, 매일이 밑 빠진 독이 아니라 차곡차곡 채워지는 항아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결과가 안 나오던 게 방향이 틀려서가 아니라 아직 계절이 아니어서였다는 그 말이, 흔들릴 때마다 저를 붙잡아줘요. 노력을 의심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공부가 한결 가벼워졌어요. 혹시 저처럼 노력한 만큼 결과가 안 나와서 이 길이 맞나 흔들리는 분이 있다면요. 방향이 틀린 건지 아직 때가 아닌 건지부터 구분해 보시면, 버티는 게 훨씬 덜 힘들어져요. 저는 그걸 알고 나서 교재부터 도로 원래 걸로 돌려놨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