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휴대폰을 엎어 놨다가, 또 뒤집어서 확인하고, 다시 엎어 놓기를 밤새 반복했어요. 스물여섯, 치과에서 일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워낙 바빠서 답장이 하루에 한 번 올까 말까거든요. 이 사람 연락 텀이 며칠씩 벌어질 때면, 혹시 이대로 흐지부지 아무 사이도 아닌 채로 끝나는 거 아닌가 싶어 밤이 참 길었어요. 사주로 이런 연락 간격까지 알겠나 싶었는데 ㅋㅋ 선생님이 '이 사람은 연애를 인생 맨 앞줄에 두는 타입이 아니라 급한 일부터 파고드는 사람이지, 마음이 식은 게 아니에요. 대신 한번 챙기기 시작하면 뒤늦게라도 확실히 챙기는 구조'라고 짚으시더라고요. 제가 왜 그렇게 서운했는지, 그 헛헛함의 정체를 대신 짚어 주신 것 같았어요. 알고 보니 저는 연락의 개수를 사랑의 크기로 착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걸 깨닫고 나니, 답장이 늦어도 예전처럼 마음이 바닥까지 꺼지진 않아요.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답장은 느려도, 지난번에 제가 딱 한 번 흘린 좋아하는 간식을 다음에 만날 때 손에 들고 나타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그 큰 건 못 보고 답장 속도 같은 작은 것만 세고 있었던 거예요 ㅋㅋ 연락이 좀 뜸해도 이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저를 챙기고 있다는 걸 아니까, 밤마다 휴대폰만 노려보던 그 습관이 요즘은 많이 줄었어요. 연락 텀에 제 기분이 휘둘리지 않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 상담값은 했어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딱 지금 저한테 필요한 말이었어요 ㅋㅋ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