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친구 청첩장이 이번 달에만 세 장 날아왔어요. 예식장 구석에 앉아 축가를 듣는데, 저는 왜 저 자리가 부러운 동시에 도망치고 싶을까 싶더라고요. 스물넷에 벌써 결혼 타령이냐 하시겠지만, 저는 연애만 시작하면 결혼이라는 단어 앞에서 얼어붙어요. 남들은 설렌다는 그 얘기가 저한텐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몰랐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갈라서는 걸 바로 옆에서 봤거든요. 서로 사랑해서 시작한 사람들이 결국 서로를 가장 아프게 하고 끝나는 걸 다 지켜봤어요. 패션 쪽 일이라 남 화려하게 꾸며주는 건 자신 있는데 정작 제 앞날 그림은 늘 반쯤 지워진 채였어요. 연애를 안 하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시작은 잘해요. 문제는 상대가 진지해지려는 낌새만 보이면 제가 갑자기 사소한 걸로 시비를 걸고 정을 떼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왜 그러는지 저도 몰랐어요. 프리미엄을 신청한 건 그 뿌리를 알고 싶어서였어요. 선생님이 짚으신 대목에서 손이 멈췄어요. 결혼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떠난다는 각본을 어릴 때 몸으로 먼저 배운 거라고요. 그래서 관계가 깊어질 때마다 제가 먼저 트집을 잡아 밀어낸 것도, 버림받기 전에 제가 먼저 버리려는 거라고 하셨어요. 저조차 몰랐던 습관이라, 좋아하는 사람 얼굴에 대고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가 한꺼번에 설명되니 마음이 서늘해졌어요. 미워서가 아니라 무서워서였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이건 고칠 수 없는 병이 아니라, 각본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다음 장면을 다르게 쓸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아요. 솔직히 15만원은 스물넷한테 적은 돈이 아니에요. 카드값 알림 뜬 거 보고 잠깐 후회도 했어요 ㅋㅋ 그래도 이 나이에 이 패턴을 알아챈 값이라 생각하면 아깝진 않아요. 4점은 순전히 이달 카드값 사정 때문이지 내용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