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장마가 시작되고부터, 퇴근하면 읽지도 않을 카톡 목록만 한참 들여다봤어요. 응급구조 일이 워낙 정신없어서 낮엔 잊고 지내다가도, 밤이 되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사이렌 소리 속에서 남의 생사를 다투다 집에 오면, 정작 제 마음 하나는 어떻게 못 하고 액정만 밝혔다 껐다 했어요. 그 사람이 쓰던 이어폰 한 짝이 아직 제 가방 안쪽 주머니에 있어요. 버리지도 돌려주지도 못하고, 가방을 열 때마다 손끝에 걸렸어요. 그 작은 게 걸릴 때마다, 같이 듣던 노래며 새벽 당직 끝에 나눠 끼던 순간이 통째로 딸려 올라왔고요. 리포트에서 선생님이 상대가 6월 말쯤 저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 무렵에 안부 연락이 왔어요. 예측이 맞아떨어지니 그다음이 궁금해서 추가질문을 신청했어요. 이번엔 상대가 다시 왔을 때 제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밀어내지 않는지 물었어요. 선생님은 '반가움을 앞세우기보다 담담하게 받되, 만나자는 말은 상대가 먼저 꺼내게 두라'고 하셨어요. 이 문장에서 스크롤하던 손이 멈췄어요. 제 조급함이 늘 판을 깼다는 걸 아니까, 맞는 말인데도 아팠어요. 좋아하면 다 티 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담담하게 있으라는 건 저한테 제일 어려운 숙제였거든요. 그래도 판을 깨는 것보다는 낫다 싶어, 반가운 티가 새어 나올 때마다 이를 악물고 눌렀어요. 그 무심한 척이 사실은 이 사람을 더 오래 붙잡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저만 알면 됐으니까요. 그게 다였어요. 짧고 정확한 조언이었어요. 그 며칠 저는 답장을 세 줄 이상 쓰지 않으려고 몇 번이나 지웠는지 몰라요. 다만 이런 짧은 후속 답까지 매번 PDF 파일로 받아 열어보는 게 번거롭더라고요. 급할 때 바로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파일을 찾아 여는 게 은근히 손이 가서요. 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면 훨씬 자주 열어볼 것 같아요. 그 점만 빼면 만족해서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