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 차였어요 ㅋㅋ. 소개팅으로 만나서 딱 3개월, 좋다고 먼저 들이대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미지근해지더니 바쁘다는 말만 반복하다 정리하자고 하더라고요. 서른둘에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니까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났어요. 몇 년을 매달린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도 이렇게까진 안 무너졌는데, 겨우 3개월 만난 사람한테 이렇게 흔들리는 제가 좀 어이없었어요. 웃기게도 제일 무서웠던 건 이별 자체가 아니라, 이대로 저는 영영 누굴 못 만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었어요. 잠들기 전에 그 물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이불 속에서 눈만 말똥말똥했어요. 서른둘이면 주변에서 하나둘 결혼 소식이 들려오는 나이잖아요. 청첩장 받을 때마다 축하한다고 웃으면서, 속으로는 나는 왜 3개월도 못 채우고 매번 이 모양인가 싶어 명치가 답답했어요. 재회 상담을 받은 것도 미련이라기보다, 대체 뭐가 문제였는지 몰라서였어요. 잘해주던 사람이 왜 3개월 만에 식었는지 그 이유를 모르니까 잠이 안 왔거든요. 이유를 모르니까 다음번에도 또 이럴 것 같아서 그게 제일 겁났어요. 두 사람 기운을 견줘본 선생님은 '상대는 초반에 확 타올랐다가 스스로 식는 걸 반복하는 기질인데, 본인이 식은 걸 관계가 끝난 걸로 착각한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문제가 있어서 밀려난 게 아니라, 그 사람 감정의 온도가 원래 그렇게 오르내리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처음에 저한테 그렇게 훅 들어오던 것도, 나중에 급식은 것도 다 그 사람 리듬이었던 거죠. 제가 뭘 잘못했나 3개월을 곱씹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좀 허탈하면서도 후련했어요 ㅋㅋ. 세상에, 저 그동안 그 사람 스토리 하나 올라올 때마다 이게 무슨 신호인가 혼자 해석하고 앉아 있었거든요. 저 여행 갔대, 그럼 나 잊었나. 야근한대, 그래서 연락 없었나. 없는 신호를 스무 개씩 만들어내면서 저를 달달 볶고 있었던 거예요. 돌이켜보면 그 3개월 동안 저는 그 사람 감정만 온종일 들여다봤지, 정작 제 감정은 한 번도 안 챙겼더라고요. 그 사람이 나 좋아하나 안 좋아하나에 온 신경이 팔려서, 나는 그 사람이 진짜 좋은가는 물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게 좀 어이없으면서 슬펐어요. 그리고 이런 사람한테는 제가 안달하며 매달릴수록 더 도망간다고, 지금은 연락을 쥐고 있다가 상대의 온도가 다시 올라오는 시기에 가볍게 접점을 만드는 게 낫다고 시기까지 짚어주셨어요. 무작정 기다리라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가 있으니까 마음이 놓였어요. 저 같은 성격은 그냥 기다리라고만 하면 못 참고 사고를 치거든요 ㅋㅋ. 근데 손에 할 일이랑 시기표가 쥐어지니까, 그 초조함이 갈 데가 생기더라고요. 아직 연락은 안 했어요. 근데 예전 같으면 벌써 밤늦게 장문 카톡 보내고 다음 날 이불킥 했을 텐데 ㅋㅋ, 이번엔 그 손을 참을 수 있게 됐어요. 그것만 해도 저한텐 큰 수확이에요. 매달리다 마음까지 구겨지느니, 지금은 저를 좀 챙기려고요. 그 사람 온도에 제 하루를 통째로 맡기던 걸 그만두니까, 이상하게 잠도 다시 오더라고요. 영영 혼자일까 봐 겁먹던 밤도, 이제 좀 잦아들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