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이런 거 안 믿는 사람이었어요. 지인이 하도 등을 떠밀어서, 반쯤은 그 사람 성의를 봐서 신청했어요.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반년을, 저는 거의 죽은 사람처럼 살았어요. 남들 앞에선 괜찮은 척 웃고, 집에 들어오면 불도 안 켜고 신발도 안 벗은 채로 한참을 현관에 앉아 있었어요. 밥은 챙긴다는 게 라면 물만 올려놓고 그대로 식힌 날이 여러 번이었고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커플이 보이면 괜히 고개를 돌렸고, 회식 자리에서 웃다가도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 웃음이 통째로 꺼졌어요. 이 얘길 또 누구한테 꺼내면 다들 이제 그만 잊으라고만 하니까, 나중엔 입을 닫고 혼자 삭이는 게 편했어요. 세상에 이 무게를 아는 사람이 나 하나뿐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정리해주신 글을 읽는데, 제 상황을 저보다 더 담담하게 짚어주시는 대목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요. '당신은 지금 그 사람을 못 잊은 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였을 때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라는 문장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어요. 미운 게 아니라, 그 사람 옆에 있을 때의 내가 그리웠던 거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어요. 그 문장을 읽고 나서야 어깨에 몇 달을 얹혀 있던 게 조금 내려갔어요. 내 마음이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이렇게 생겨먹은 흐름이었다는 걸, 누가 대신 읽어준 게 처음이었거든요. 혼자가 아니었구나 싶은 그 안도가, 참 오래 걸려 도착했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작성 폼 항목이 생각보다 많아서 채우는 데 좀 지쳤어요. 감정이 바닥인 상태에서 지난 일을 하나하나 다시 적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그 사람과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다시 되짚는 게 상처를 한 번 더 헤집는 것 같아 몇 번을 멈췄어요. 그래도 다 쓰고 나니 오히려 머릿속이 정리된 것 같기도 하고요. 4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