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헬스장에서 늘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던 사람이 있었어요. 스물다섯에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는데, 운동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그 사람 생각을 하는 날이 잦아졌어요. 얼마 전에 용기를 내서 연락처를 주고받긴 했는데, 그다음부터가 더 막막했어요. 코드는 에러가 나면 로그라도 뜨는데, 사람 마음은 로그가 안 뜨잖아요. 메시지 하나 보낼 때마다 이게 부담일까 아닐까, 혼자 몇 번을 고쳐 썼는지 몰라요. 보내기 버튼 누르기 전에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 결국 안 보낸 날도 있고요. 답이 늦게 오는 날엔 괜히 밥맛이 없어서 저녁을 걸렀어요. 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흔들리는 제가 낯설었어요. 선생님이, 그 사람은 낯선 사이에서 처음에 상대를 재는 시간이 유독 긴 편이라, 지금 답이 뜸한 걸 관심 없음으로 읽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제가 조급하게 굴면 오히려 뒤로 물러난다고요. 그 사람이 느린 거지, 마음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저는 답장 속도라는 데이터 하나로 사람 마음을 판정하려 했는데, 그게 애초에 잘못된 지표였던 거예요. 그 말에 조급함이 좀 가라앉았어요. 침묵을 거절로 번역하던 버릇을 내려놓으니 메시지 보내는 것도 한결 편해졌고요. 답이 늦어도 이제 저녁은 챙겨 먹어요. 그 사람 속도를 기다려주는 게 조급하게 재촉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코드라는 걸, 뒤늦게 배웠어요. 저처럼 답장 하나를 몇 번씩 들여다보는 밤을 보내는 분이라면, 한 번쯤 방향을 잡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