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5만원으로 사람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신청 버튼 앞에서 한참을 그 생각만 했어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해요. 작품 볼 안목은 좀 있어도, 사람 속은 도무지 못 읽겠더라고요. 6주째 잠수 중인 사람 때문이었어요. 그 6주 동안 저는 밥을 제대로 못 넘겼어요. 숟가락을 들었다가도 그 사람 생각이 나면 목이 막혀서 반도 못 먹고 물렸고, 두어 시간 자다 깨기를 반복했어요. 몸이 먼저 이별을 앓더라고요. 그 6주 동안 제일 힘든 건 몸이 저를 배신하는 거였어요. 머리로는 그만 생각하자 하는데 손끝이 자꾸 차가워지고, 멀쩡히 전시 설명을 하다가도 그 사람 닮은 뒷모습이 관람객 사이로 지나가면 말이 뚝 끊겼어요. 마음이 아픈 게 이렇게 몸으로 먼저 오는 건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좋은 말로 위로만 받고 돈만 날리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받아보니 위로가 아니라 진단이었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의 침묵은 거절이 아니라 감정을 처리하는 그 사람 나름의 방식이라, 지금 연락하면 오히려 더 닫힌다'고 짚으셨어요. 안 그래도 손이 근질거려서 안부라도 보낼까 하던 참이었는데, 매달릴 뻔한 저를 딱 막아주신 거예요. 침묵을 거절로만 읽고 스스로를 갉아먹던 저를 멈춰준 것만으로 값어치는 충분히 했어요. 다만 내용이 좋았던 만큼, 솔직히 5만원이 아주 가벼운 돈은 아니라서 거기서 별 하나만큼의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방향은 확실히 얻었어요. 오늘은 오랜만에 밥을 한 그릇 다 비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