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헤어진 지 두 달이에요. 서울하고 지방 사이의 그 거리가 결국 우리를 갈라놨어요. 처음엔 주말마다 오간다고 큰소리쳤어요. 근데 KTX 값도 시간도 쌓이니까 만나는 텀이 점점 벌어졌고, 딱 그만큼 마음의 거리도 벌어졌어요. 누가 변한 것도, 잘못한 것도 아니라 그냥 둘 다 지쳐서 놓아버린 이별이었어요. 그래서 미워할 대상도 없어서 더 허전했어요. 차라리 나쁜 사람이었으면 욕이라도 하고 털었을 텐데요. 주말에 혼자 있으면 예전에 그 사람 마중 나가던 역이 자꾸 떠올랐어요. 개찰구에서 두리번거리다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던 그 얼굴이요. 이제 그 역을 지날 때마다 눈이 저절로 개찰구 쪽으로 가는데 거기 아무도 없어요. 그 장면을 아는 사람은 이 마음도 알 거예요. 선생님이 '두 분은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 거리라는 현실에 지친 거라, 감정 문제가 아니라 조건 문제로 끝난 관계'라고 짚으셨어요. 그래서 다시 이으려면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그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현실적인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고요. 미워서 헤어진 게 아니었다는 걸 아니까, 매달리는 게 답이 아니라는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됐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정작 그 현실적인 방법을 풀어주는 대목이 제 기대보다 짧았어요. 방향은 맞는데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짚어줬으면 했거든요. 그래도 제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는 확실히 알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