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딱 3개월이었어요. 짧았지만 그 어떤 연애보다 뜨거웠고, 그래서 끝이 더 이해가 안 됐어요. 그녀가 어느 날 조금 지친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 정리하자고 했어요. 크게 싸운 것도,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어제까지 웃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거리를 두니까, 내가 뭘 놓쳤는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휴가라고 떠나온 여행지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커플들뿐이었어요. 다 큰 남자가 혼자 이런 상담을 신청하는 게 우습기도 했지만, 이유라도 알아야 접든 붙잡든 할 것 같았어요. 선생님은 그녀가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짧고 뜨거운 관계에 온 힘을 쏟는 사람은 감정의 소진도 그만큼 빨라서, 미워서가 아니라 자기가 감당 못 할까 봐 먼저 거리를 두는 구조'라고요. 그녀가 마지막에 지쳤다고 했던 그 말의 결이 그제야 이해됐어요. 저한테 지친 게 아니라, 자기 안에서 타오르던 게 너무 커서 스스로 겁이 났던 거예요. 돌이켜보면 그녀는 늘 좋을 때 제일 불안해했어요. 여행 가서 제일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말이 없어지곤 했는데, 그게 저한테 질려서가 아니라 이 좋은 게 언제 끝날까 봐 겁이 나서였다는 걸 이제야 알겠어요. 감정을 아끼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라 한꺼번에 다 태우고는, 재만 남은 자리에서 스스로 놀란 거예요. 돌아올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내가 뭘 잘못해서 끝난 게 아니라는 것, 그 하나는 붙잡고 남은 여행을 마무리하려고요. 그것만으로도 이 며칠이 조금 덜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