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쓰면, 같이 살아보기로 했어요. 서른일곱에 스타트업에서 개발하면서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이 사람이랑 한집에서 부딪히며 살아도 괜찮을지 그게 제일 걱정이었거든요. 사실 처음엔 이 사람 무심한 구석이 좀 미웠어요. 제가 예민하게 반응하면 그냥 조용해지는 게, 저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졌고요. 궁합 상담에서 선생님이 저희 둘 기질을 보시고는, 생활 리듬은 꽤 다른데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는 감각이 비슷해서 한집에 살아도 숨 막히지 않는 조합이라고 하셨어요. 그 사람이 조용해지는 건 저를 피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정리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요. '붙어 있어도 각자의 문을 존중할 줄 아는 두 사람.' 그 말에 미웠던 마음이 슬며시 풀렸어요. 사실 저는 이 사람이랑 헤어져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와 조용한 집에 불을 켤 때마다, 이 사람이랑 한집에 살면 이 고요가 편안일까 답답함일까를 저울질했거든요. 미운 게 아니라, 확신이 없어서 지쳐가던 거였어요. 제가 걱정하던 지점을 콕 짚어주니까,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확인으로 바뀌더라고요. 다만 5만원이 지금 제 통장 사정엔 살짝 부담이긴 했어요. 결제 버튼 앞에서 잠깐 망설였고요. 헤어질 이유만 세던 제가, 이제는 같이 살아볼 이유를 세게 됐어요. 그 조용함이 답답함이 아니라 편안일 수도 있겠구나, 처음으로 그렇게 믿어봤어요. 미움이 이해로 바뀌는 데 든 값치고는 싸다고, 지금은 생각해요. 그래도 이만큼 마음이 정리된 걸 생각하면 값어치는 했다고 봐요. 4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