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스물일곱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갈려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게 아니라, 어느 쪽에도 확신이 안 서서 몇 주째 결정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잠도 얕아지고, 밥맛도 없고, 코드를 짜다가도 화면 앞에서 멍하니 커서만 보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두 조합을 각각 보시고 이렇게 짚으셨습니다. 한 사람과는 '함께 있으면 편하지만 서로를 성장시키지는 않는, 익숙함에 머무는 관계'고, 다른 한 사람과는 '초반엔 조금 부딪쳐도 서로를 끌어올리는 구조'라고요. 제가 막연히 느끼던 두 관계의 온도 차를 정확한 언어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특히 제가 왜 자꾸 편한 쪽으로 기우는지, 그게 애정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고 싶은 회피라는 걸 짚어 주신 대목에서 정신이 들었습니다. 편한 게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저를 편함이라고 포장하고 있었던 겁니다. 두 사람을 두고 저울질하는 게 비겁하게 느껴져서 오래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제가 편한 쪽으로 기우는 건 애정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려는 회피라고 짚어 주시니, 문제의 정체가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누구를 더 사랑하느냐를 고민한 게 아니라, 그냥 선택 자체가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익숙함을 사랑으로 착각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도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못 할 짓이라는 걸, 그 대목에서 인정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미루던 선택을 했습니다. 담백하게, 도움이 된 상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