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그래 헤어져, 너도 지겨웠잖아.' 홧김에 던진 이 말이 진짜 이별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냥 싸우다 나온 말이었는데, 그 사람이 정말로 짐을 싸더라고요. 붙잡아주길 바라고 던진 말인데, 돌아온 건 현관문 닫히는 소리였어요. 디자인 일을 하다 보니 밤샘이 잦은데, 마감하다 말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하며 자책하는 밤이 이어졌어요. 모니터 불빛 아래서 커서만 깜빡이는데, 머릿속엔 그날 제가 던진 말만 자막처럼 반복됐어요. 처음엔 그 말 하나에 정을 뚝 떼고 나간 그 사람이 야속했어요. 사주 이런 거 안 믿는 편인데 뭐라도 붙잡고 싶어서 재회 상담을 신청했어요 ㅋㅋ 읽는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아는지, 선생님이 '당신은 화가 나면 상대가 붙잡아주길 바라면서 정반대의 말을 내뱉는 사람'이라고 딱 짚으시더라고요. 맞아요. 저는 헤어지잔 말로 사랑을 확인받으려 했던 거예요. 이 버릇을 들키니까 얼굴이 화끈했어요. 야속했던 마음도 그제야 좀 접혔고요. 그 사람 탓이 아니라 제가 던진 말이 문제였으니까요. 사랑해서 한 말이 정반대로 튀어나가는 제 입이 원망스러웠어요. 상대도 홧김에 나간 거지 마음이 끝난 게 아니라고, 가을 초입에 서로 머리가 식으면 대화의 문이 열린다고 하셨어요. 방향이 생기니 무작정 기다리던 때보다 한결 나아요. 그 사람도 문을 쾅 닫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만으로, 밤이 좀 견딜 만해졌어요. 나만 후회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 가능성 하나가 새벽까지 이어지던 자책을 조금 눌러줬어요. 밤샘 마감을 하다가도 이제는 그 말만 곱씹지는 않게 됐고요. 다만 중간중간 표현이 좀 어려워서 두어 번 다시 읽어야 이해된 부분이 있었어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조금 쉽게 풀어주셨으면 해서 4점이에요. 같은 실수 하는 분 있으면,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꼭 전하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