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열두 살이나 어린 사람한테 마음이 가는 게 정상인 걸까. 며칠을 혼자 이 질문만 곱씹었어요. 회사에서 사람을 뽑고 평가하는 일을 하다 보니 남을 볼 땐 그렇게 냉정한데, 정작 제 감정 앞에서는 자꾸 나이부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더라고요. 마흔하나에 이런 마음이 부끄럽기도 하고 겁도 나서 썸 상담을 받았어요. 그 무렵엔 밥이 잘 안 넘어갔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설렘이 아니라 체기처럼 명치에 얹혀 있었거든요. 이래도 되나, 나잇값 못 한다 소리 듣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끼니마다 목을 막았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은 나이보다 대화의 온도가 맞는 조합이라, 상대는 오히려 본인의 차분함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흐름'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상대한테 부담일까 봐 잔뜩 몸을 사렸는데, 실은 그 사람이 저를 조금도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짚어주신 거예요. 제가 저 혼자 나이라는 숫자에 눌려 있었던 거죠. 이력서를 볼 땐 나이가 조건이 되잖아요. 몇 년생인지, 경력이 몇 년인지. 그 습관이 몸에 배어서, 제 마음까지 그렇게 서류처럼 심사하고 있었나 봐요. 이 감정은 나이 조건에서 탈락, 하는 식으로요. 근데 사람 마음은 스펙으로 거르는 게 아니라는 걸, 정작 남 심사하는 게 직업인 제가 잊고 있었어요. 그 말을 듣고 조금 용기를 내서 평소보다 편하게 대했더니, 정말 며칠 뒤에 그 사람이 먼저 밥 먹자고 연락을 해왔어요. 선생님 말대로 제 나이가 아니라 제 결이 그 사람한테 가닿고 있었던 거예요. 밤마다 나이 계산기만 두드리던 사람이 저였는데, 이제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 볼 수 있게 됐어요. 열두 살이라는 숫자가 여전히 거기 있긴 하죠. 근데 그게 이제 벽이 아니라 그냥 사실 하나로 보여요. 명치에 얹혀 있던 것도 어느새 내려가서, 요즘은 그 사람 앞에서 밥이 잘 넘어가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편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