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재회 상담으로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사람이에요. 이번엔 전혀 다른 고민을 안고 다시 신청했어요. 연애가 아니라 이직 때문에요. 그때는 헤어진 사람 붙잡느라 앞뒤가 안 보였는데, 그 정리를 하고 나니 이번엔 일이 저를 흔들더라고요. 가끔은 그 사람이랑 자주 가던 국숫집 앞을 지나다 걸음이 느려지기도 하지만, 이제 그 자리를 채운 건 온통 일 생각이에요. 가을만 되면 유난히 마음이 싱숭생숭한 편인데, 하필 이 계절에 이직 제안이 들어왔어요. 연봉을 크게 올려주는 자리와 지금의 워라밸, 그 둘 사이에서 몇 주를 저울질했어요. 은행에서 온종일 남의 숫자만 들여다보는 사람이, 정작 제 인생 숫자 앞에서는 계산이 하나도 안 서더라고요. 문답을 신청하면서도, 이런 현실적인 결정에 사주가 답을 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연애야 마음의 문제라 쳐도, 연봉이랑 워라밸은 엑셀로 따질 문제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제 흐름을 보시더니, 지금은 몸값을 올리는 시기가 아니라 자리를 다지는 시기라 무리한 이동은 되레 얹힌다고, 이직 자체는 내년 봄이 훨씬 매끄럽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연봉보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 성과가 붙는 구조라 워라밸 쪽에 무게를 두라고요. 제가 사실 야근이 많아지면 오히려 실수가 늘거든요. 숫자만 보고 더 높은 연봉으로 갈아탔으면 몸도 성과도 다 잃을 뻔한 거였어요. 통장 잔고 앞에서 흔들리던 저를, 그 한 줄이 붙잡아줬어요. 월별로 어느 달에 면접을 보고 어느 달에 결정을 내리라는 캘린더까지 붙어 있어서, 그대로 따르기로 했어요. 밤늦게 이직 사이트만 하염없이 들락거리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어요. 막막함이 일정표로 바뀌니까 잠도 좀 잘 오고요. 예전에 연애로 도움받았던 곳에서 이렇게 일 문제까지 방향을 잡아 갈 줄은 몰랐는데, 판단이 정확했던 그때 기억이 있어 다시 찾은 게 결국 잘한 선택이었어요. 5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