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떨어져 지낸 지 반년이 넘었어요. 그 사람이 멀리 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어느새 남처럼 서먹해졌어요. 스물일곱, 방사선사로 병원 3교대를 뛰다 보면 시차까지 겹쳐 통화 한 번 맞추기도 힘들었거든요. 제가 자는 시간이 그 사람 한창 바쁠 때라, 서로 깨어 있는 틈이 자꾸 어긋났어요. 야간 근무를 마치고 텅 빈 탈의실에서 휴대폰을 봐도 그 사람 연락은 없었어요. 그런 날도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음 근무를 나갔어요. 서운한 티 한 번 못 내고 하루하루를 그냥 견뎠어요. 솔직히 사주로 이런 거리 문제까지 알 수 있을까 싶었어요. 만나지도 못하는 사인데 무슨 답이 나오겠나 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두 사람은 물리적 거리를 감정의 거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연락이 준 걸 사랑이 식은 걸로 읽고 서로 지레 물러선 거라고요. 제가 딱 그러고 있었어요. 뜸해진 연락을 마음이 떠난 신호로만 해석했거든요. 그리고 이 시기에는 무거운 대화보다 짧고 가벼운 안부로 접점의 온도부터 되살리는 게 좋다고 짚어주셨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됐냐 같은 무거운 얘기부터 꺼내려다 서로 부담스러워 물러섰던 거라, 이번엔 그냥 밥은 먹었냐 정도로 가볍게 건넸어요. 그대로 짧게 안부를 건넸더니, 그 사람도 사실 어떻게 다시 말을 붙여야 할지 몰랐다며 반갑게 답을 해왔어요. 알고 보니 그쪽도 저처럼 서운한 티 못 내고 견디고 있었던 거예요. 저만 참고 있는 줄 알았는데, 둘 다 각자 자리에서 상대가 먼저 손 내밀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거리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거리를 오해한 게 진짜 문제였어요. 몸이 멀어진 걸 마음이 멀어진 걸로 지레 번역해버린 거죠. 요즘은 다시 조금씩 대화가 이어지고 있어요. 여전히 시차 때문에 답장이 늦게 오지만, 이제는 그 늦음을 식은 마음으로 읽지 않아요. 견디기만 하던 밤들이, 이제는 답장을 기다리는 밤으로 바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