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일해요. 남들한테 취미 하나 새로 시작해보라고 등 떠미는 게 제 일인데, 정작 제 연애는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시들고 있었어요. 스물다섯이고, 그 사람이랑은 삼 년을 만났어요. 미운 것도 아니고 그냥 둘 다 지쳐서, 어느 날 '이제 서로한테 설렘이 없는 것 같아'라는 말에 반박을 못 했어요. 저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그렇게 놓았는데도 새벽에 눈이 떠지면 습관처럼 카톡 목록부터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맨 위에 있던 이름이 저 아래로 밀려나 있는 걸 보면 괜히 목이 뻐근해졌어요. 지겨워서 헤어졌는데 왜 이렇게 허전한지, 미련인지 습관인지도 헷갈렸어요. 재회 상담에서 선생님이 '두 분은 사랑이 끝난 게 아니라, 관계에 새 숨을 불어넣는 법을 둘 다 몰라서 같이 답답해진 것'이라고 짚으셨어요. 권태는 사랑이 죽은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신호인데, 그걸 끝이라고 오해한 거라고요. 그 문장에서 손이 잠깐 멈췄어요. 우리가 미워서 놓은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저부터 저를 좀 돌봤어요. 조급하게 연락하지 않고 미뤄둔 제 일에 몇 달을 쏟았더니, 신기하게도 그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해왔어요. 우리 얘기 좀 하자고요. 지금은 다시 만나요. 근데 예전이랑은 완전히 달라요. 매일 붙어 있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고, 각자 시간을 존중하니까 오히려 만나는 하루가 더 진해요. 붙어 있어서 시들던 관계가, 조금 떨어질 줄 아니 다시 피더라고요. 다 나은 건 아니에요. 가끔은 또 예전처럼 서로 무심해질까 겁이 나요. 그래도 이번엔 그게 끝이 아니라 신호라는 걸 아니까, 예전만큼 무섭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