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은 지 딱 세 달이 됐어요. 서른넷에, 그것도 하필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정작 제 연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남한테는 그렇게 잘하던 조언이 저한테는 한마디도 안 나왔어요. 상담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데 기대는 게 직업적으로 좀 멋쩍었어요. 사주라니, 내가 정말 이런 걸 믿나 싶기도 했고요. 남한테는 마음의 원리를 설명하며 밥을 버는 사람이, 정작 제 이별 앞에서는 원리고 뭐고 그냥 속절없이 흔들리는 한 사람일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그 사람 상태를 짚으시는데, 이별을 결정한 시점의 심리 흐름이 제가 상담실에서 자주 마주치던 회피 패턴이랑 정확히 겹치더라고요. 아, 이건 위로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이야기구나 싶었어요. 무조건 재회된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으셨어요. 대신 지금은 매달릴 때가 아니라 나부터 추스를 때라는 것, 연락은 겨울 무렵이 낫다는 방향만 담담하게 짚어주셨어요. 오히려 확언이 없어서 더 믿음이 갔어요. 쉽게 희망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글에서 느껴졌거든요. 이 바닥에서 일하다 보면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위로인지 알거든요. 격하게 감동해서 눈물이 쏟아지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다만 오래 헝클어져 있던 마음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 정돈된 느낌이에요. 세 달 만에 처음으로 어깨에 힘이 좀 풀렸어요. 그날 밤에는 오랜만에 알람을 끄지 않고 통잠을 잤어요. 매달릴지 기다릴지로 스스로를 들볶던 게 멈추니, 몸이 먼저 알고 쉬더라고요. 저한테는 그거면 됐어요. 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