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지금은 나한테 집중해야 할 것 같아.'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어요. 이직 준비하면서 저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고요. 웹툰 어시스턴트로 일해요. 저도 마감에 치여 사는 사람이라 그 마음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어서, 붙잡지도 못하고 그냥 보냈어요. 작년 이맘때는 둘이 마감 끝나고 야식 먹으러 골목을 쏘다녔는데, 올해는 그 골목을 혼자 지나다녔어요. 그 집 간판만 봐도 목이 잠기더라고요. 이별이 몸으로 먼저 왔어요. 밥을 먹어도 모래 씹는 맛이고, 밤엔 태블릿 펜을 쥔 채로 선 하나 못 긋고 앉아 있었어요. 밤새 뒤척이다가 정작 마감은 밀리고, 잠은 오는데 눈은 안 감기는 날이 이어졌어요. 제일 힘든 건 잠이었어요. 눈을 감으면 그 골목 야식집 불빛이 떠오르고, 겨우 잠들면 아무 일 없던 시절 꿈을 꿨어요. 깨고 나서가 더 아팠어요. 몸이 먼저 그 사람 빈자리를 알더라고요. 선생님이 '이건 당신이 싫어져서 온 이별이 아니라, 자기 앞가림에 짓눌린 사람이 가장 가까운 걸 먼저 내려놓은 것'이라고 짚어주셨어요. 그 한 줄에 몇 달 묵은 서운함이 좀 풀렸어요. 나를 밀어낸 게 아니라, 자기 하나 감당하기도 벅차서였구나 싶으니 원망이 자리를 옮기더라고요. 붙잡지 못한 게 잘한 건지 몇 달을 곱씹었는데, 그 한 문장이 적어도 제 탓은 아니라고 말해줘서 어깨가 좀 가벼워졌어요. 그 사람이 다시 여유를 찾을 시기도 말씀해주셨는데, 실제로 그즈음 짧은 안부 연락이 오긴 왔어요. 다만 결과지가 도착하기까지 며칠을, 저는 마음을 졸이며 보냈어요. 답이 궁금해서 자꾸 메일함 새로고침만 눌렀나 봐요. 기다리는 그 며칠이 유난히 길더라고요. 내용은 좋아서 4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