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먼저 받은 리포트에서 선생님이 상대가 먼저 톤을 바꿀 거라고 짚으셨는데, 진짜로 그 주에 걔가 먼저 안부를 물어왔어요 ㅋㅋ 예측이 그대로 맞으니까 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봤어요. 사실 헤어지고 제일 힘들었던 건 큰 게 아니라 사소한 거였어요. 둘이 자주 가던 편의점 앞을 지날 때마다 걔가 늘 사 오던 딸기우유가 눈에 밟히고, 퇴근길에 그 사람 좋아하던 노래가 어디서 흘러나오면 발이 저절로 멈췄거든요. 미련이라기보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습관들이 제 하루 곳곳에 아직 그대로 놓여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답장이 오니까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하나 싶어서 추가질문을 하나 넣었어요. 딱 한 개만 물었는데도, 지금은 반가운 티를 내되 대화를 길게 끌지 말라고, 짧고 산뜻하게 끊는 게 오히려 걔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원래 좋으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라 이 대목에서 뜨끔했어요. 반가운 마음에 또 주저리주저리 늘어놨다가 애써 잡은 흐름을 놓칠 뻔했거든요. 낮엔 검체 라벨 붙이고 결과값 들여다보느라 딴생각할 틈이 없다가도, 병원 불 다 끄고 집에 돌아오면 그 생각이 밀려오는 사람이에요. 그런 저한테 지금은 이렇게 하면 돼요 하고 방향 하나 딱 잡아주는 게 이렇게 든든한 건지 몰랐어요. 딱 하나, 답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게 좀 길게 느껴졌어요. 마음이 급하니까 하루가 이틀 같더라고요. 그래도 받아 본 내용은 알찼어서, 그 점만 빼면 후회는 없어요. 4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