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혼식장 계약까지 해놓고 제가 취소했어요. 5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 직전까지 갔는데, 이유는 남자친구의 가족 문제였어요. 시어머니가 될 분이 저를 끊임없이 비교하셨거든요. 전 며느리와, 남자친구 여동생과. 만날 때마다 '그 애는 이랬는데'라는 말이 나왔어요. 처음엔 참았는데 결혼 준비를 하면서 그 빈도가 더 심해졌어요. 결국 참다 참다 결혼을 취소했어요. 취소한 지 8개월인데 아직도 그 사람이 생각나요. 사람은 좋았어요. 가족이 문제였지 둘 사이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더 아까워요. 5년이라는 시간이 가족 문제 하나에 무너진 게 억울하기도 하고요. 밤에 혼자 있으면 그 사람이 웃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요. 재회 상담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보시더니 '이 관계의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하셨어요. 남자친구 사주에서도 '현재 상실감이 큰 상태이고, 가족 문제에 대해 본인도 후회하고 있는 흐름이 보인다'고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좀 풀렸어요. 저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다만 '재회하더라도 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돼요. 이 부분은 상대방이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예요.'라고 하셨어요. 제가 나서서 시어머니와 관계를 개선하려 할 필요는 없다고요. 그 경계선을 명확히 짚어주신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전에는 '내가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시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리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래요. '올 가을에 상대방이 가족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흐름이 보여요. 그 과정이 끝난 후에 연락이 올 가능성이 있어요.'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기다리면서 제 기준을 확립하고 있어요.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고 어디서 선을 긋는지 미리 정해두려고요. 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면 아무리 그 사람이 좋아도 다시 같은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요. 5년을 투자한 관계를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만약 가을에 연락이 오면 그때는 감정이 아니라 조건을 먼저 확인하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결과지가 감정만 쫓지 않게 잡아줬어요. 기준이 생긴 느낌이에요. 혼자 고민했으면 감정에 이끌려서 무작정 연락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을 수 있게 돼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