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런 거 잘 안 믿는 편이었어요. 사주라는 게 누구한테 갖다 붙여도 다 맞는 두루뭉술한 얘기 아니냐고 생각했거든요. 5만원이면 차라리 좋은 밥 한 끼 먹지 싶었고요. 그런데 지인이 하도 좋았다고 해서, 반쯤 등 떠밀리듯 신청했어요. 승무원이라 스케줄이 불규칙하고 사람 만날 시간도 잘 안 나는데, 그러다 보니 관계 하나하나가 더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한번 정을 주면 잘 못 거두는 성격이라, 이미 끝난 사이인데도 오래 붙들고 있는 제가 스스로도 답답했고요. 그 얘기를 길게 쓰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제 결과를 보시고는 '당신은 사람한테 정을 늦게 여는 대신, 한번 열면 쉽게 못 거두는 사람이에요'라고 하셨어요. 그 한 줄에 제가 좀 멈췄어요. 제가 저를 설명할 때 쓰는 말이랑 거의 똑같았거든요. 웬만해선 마음을 안 주는데, 한번 준 사람은 이미 지난 관계여도 손에서 못 놓는 거요. 제 입으로 꺼낸 적도 없는 걸 어떻게 알았지 싶어서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제가 왜 관계에 그렇게 몸을 사리는지도 짚어주셨어요. 오래 붙어 있을 시간이 없는 직업이라 정을 주는 데 신중한 건데, 그걸 스스로는 늘 차갑고 정 없는 성격이라고 자책했거든요. 남들처럼 쉽게 못 다가가는 게 제 결점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저를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어요. 두루뭉술할 거라던 제 예상이 몇 번이나 빗나가니까, 나중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고 있더라고요. 의심하려고 잡았던 마음이 어느새 풀려 있었어요.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처음에 작성하는 질문 폼 항목이 꽤 많아서 제 상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는 거예요. 비행 사이 짧은 시간을 쪼개 쓰는 사람한텐 그게 살짝 부담이더라고요. 의심하며 들어갔다가, 저를 새로 소개받고 나온 기분이었어요. 정 없는 사람이 아니라 신중한 사람이었다는 그 한마디를, 오래 품고 살 것 같아요. 그거 하나 빼면 만족해요. 4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