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이혼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전남편 생각이 나요. 마흔에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겉으론 멀쩡히 지내는데, 올여름 휴가를 혼자 보내게 되니까 그 사람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남의 굳은 어깨는 매일 풀어주면서, 정작 제 마음에 뭉친 건 2년이 되도록 못 풀고 있었어요. 다시 만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외로운 건지 저조차 헷갈려서 재회 상담을 받았어요. 이혼까지 한 사이에 무슨 재회냐 싶으면서도, 이대로 영영 흐지부지 늙어갈까 봐 그게 더 겁이 났거든요. 밤에 불 끄고 누우면, 미련인지 습관인지 모를 그 이름 없는 감정이 자꾸 가슴을 눌렀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같이 보시더니, '두 분은 부부로 지낼 때 서로 날을 세우던 부분이, 떨어져 지낸 시간 동안 무뎌질 수 있는 흐름'이라고 하셨어요. 다만 예전 방식 그대로 다시 만나면 같은 이유로 또 부딪치니, 재결합을 원한다면 관계의 규칙부터 새로 짜야 한다고요. 무조건 좋게만 말하지 않고 조건을 다신 게 오히려 믿음이 갔어요. 다시 만나기만 하면 다 해결될 거란 환상을, 딱 잘라 짚어주셨거든요. 정말 다시 만나고 싶은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까지 정리해주셔서, 외로움만으로 덤비지 않게 됐어요. 그리운 건 그 사람인지, 아니면 둘이던 시절의 저인지. 그걸 먼저 가려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어쩌면 저는 그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던 그 시절의 온기가 그리웠던 건지도 몰라요. 그걸 구분하지 않고 덤볐다면 같은 이유로 또 등을 돌렸겠죠. 혼자 맞는 휴가가 쓸쓸해서 충동적으로 연락할 뻔했는데, 덕분에 한 박자 멈추고 저를 먼저 들여다보게 됐어요. 무섭던 마음이 조바심에서 신중함으로 바뀐 것, 그것만으로도 값진 상담이었어요. 아직 답은 못 냈지만, 이번엔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재회든 정리든, 이번만큼은 제 마음을 다 읽고 나서 정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