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연애 3년차쯤 되면 다들 이런 시기가 오나요? 미운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밍밍한 상태요. 아침에 눈뜨면 잘 잤냐는 카톡이 와 있고, 퇴근하면 뭐 먹을지 정하고, 다 편한데 그 편함이 어느 순간 무서워졌어요. 싸운 것도 아닌데 설레지가 않으니까 이게 권태인지 진짜 안 맞는 건지 저조차 헷갈렸어요. 헤어질 이유를 대라면 하나도 못 대면서, 계속 갈 이유도 딱히 못 대는 제가 이상했어요. 그 애매함이 제일 사람 지치게 하더라고요.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 조용히 마음이 식어가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랄까요. 누구한테 털어놓기도 애매했어요. 잘 지내는데 뭐가 문제냐는 소리만 들을 게 뻔했거든요. 그래서 궁합을 한번 봤어요. 뭐라도 답이 나오면 좋겠다 싶어서요. 선생님이 두 사람은 처음부터 불꽃 튀는 조합이 아니라 오래 데워지는 구조라, 지금 밍밍한 게 문제가 아니라 원래 이 관계의 진짜 온도가 이제야 올라오기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식은 줄 알았던 게 사실은 뜨거운 초반이 지나가고 본래 온도로 자리를 잡는 중이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제가 설렘이 사라진 걸 사랑이 사라진 걸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게 같은 게 아니었더라고요. 설렘은 원래 오래 못 가는 거고, 남는 게 진짜 관계라는 걸 저는 자꾸 반대로 재고 있었던 거예요. 혼자 이상한 결론 내리기 전에 물어보길 잘했다 싶었어요. 저처럼 아무 일 없는데 조용히 흔들리는 분들, 한 번쯤 정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