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언니는 결혼 안 해?' 후배 결혼식에서 그 애가 웃으며 물었을 때, 저는 그냥 따라 웃어넘겼어요. 서른여덟이고, 저보다 다섯 살 어린 사람을 만나고 있거든요. 그 사람은 저한테 결혼하자고 하는데, 정작 저는 겁이 났어요. 나이 차가 나는 게, 지금은 좋아도 나중에 그 사람이 후회하지 않을까. 내가 이 사람 앞길에 발목이나 잡는 건 아닐까. 친구들 결혼식에 혼자 갈 때마다 그 생각이 더 커졌어요. 남들 다 하는 결혼이 저한테는 왜 이렇게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지요. 그 사람이 잠든 옆에서 그 편안한 얼굴을 보다가도, 몇 년 뒤 이 얼굴이 나를 원망하면 어쩌나 싶어 혼자 이불을 뒤집어썼어요. 그 마음으로 궁합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을 보시더니 '나이의 순서가 이 조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정서적으로는 상대가 당신보다 더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 주는 구조라, 세상의 시선이 흔들어도 관계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고요. 그 문장을 읽는데 눈물이 터졌어요. 제가 나이 하나 때문에 스스로를 얼마나 깎아내리며 살았는지, 그제야 눈에 보였거든요. 거기에 더해, 제가 자꾸 이 사람을 위해 물러나 주는 게 배려가 아니라 사실은 상처받기 전에 먼저 도망치는 습관이라는 것도 짚어 주셨어요. 그 사람은 저를 온전히 원하고 있는데, 정작 제가 자꾸 밀어내며 그 마음을 시험하고 있었던 거예요. 배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은 내가 먼저 버려지기 싫어서 먼저 등을 돌린 거였어요. 저는 그동안 나이 차라는 숫자 하나로 저 자신을 끝없이 깎아내리고 있었어요. 이 사람이 지금은 나를 좋아해도 언젠가 더 젊고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면 후회할 거라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앞당겨 저를 벌주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정작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제 나이를 문제 삼은 적이 없었어요. 문제 삼은 건 늘 저 혼자였죠. 제가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꾸 물러서던 게 사실은 버려지기 전에 먼저 도망치려는 방어였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부끄러우면서도 후련했어요. 그 사람이 내미는 손을 더는 시험하지 않기로 했어요. 돌아보면 저는 사랑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온 마음으로 다가올수록, 이걸 받아도 되나 싶어 자꾸 뒤로 물러섰던 거예요. 나이 차는 핑계였고, 사실은 이렇게 온전히 사랑받는 게 낯설고 무서웠던 거죠. 그 사람을 못 믿은 게 아니라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저한테 있는지를 못 믿었던 거예요. 그걸 인정하고 나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다정을 스스로 밀어내며 살았나 싶어 마음이 아팠어요. 남들 눈에는 팔자 좋은 연하 연애로 보였겠지만, 정작 저는 그 사랑 앞에서 매일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이제는 그 손을 그냥 잡기로 했어요. 그 리포트를 읽고 저는 결심했어요. 며칠 뒤에 그 사람 프러포즈를 받아들였어요. 나이 차 때문에 미루던 마음을 내려놓고요. 물론 앞으로 헤쳐 나갈 일이 없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남의 시선이 아니라 우리 두 사람만 보고 가려고요. 저처럼 사랑 앞에서 자꾸 스스로를 검열하던 분이 계시다면, 그 검열부터 한 번 의심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한 편의 리포트가 제 결혼을 앞당긴 셈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