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밤마다 그 사람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나 안 바뀌었나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바뀌면 무슨 일 있나 불안하고, 안 바뀌면 그건 그것대로 마음이 쓰이고요. 스물다섯에 이런 걸로 매일 밤을 보내는 제가 스스로도 답답했어요. 이러다 이 사람이 영영 남처럼 멀어지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면 손끝이 차가워졌어요. 그 사람은 몇 달 전부터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어요. 회사 일에 지쳐서 웃음이 사라지더니, 어느 날 저한테 미안하다고, 지금은 누굴 만날 상태가 아니라고 했어요. 저는 그 사람을 돕고 싶었는데, 밀려나는 쪽은 늘 저였어요. 건축설계 일을 하다 보면 도면 하나에 몇 주씩 매달리거든요. 그렇게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이라, 이 관계도 제가 뭔가를 더 잘하면 고쳐질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애써도 그 사람 마음은 제 도면처럼 뜻대로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우산이 아직 현관에 걸려 있어요. 비 오는 날 그걸 쓰고 나가면 그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며칠은 일부러 비를 맞고 다녔어요. 스물다섯이 이렇게 미련한 짓을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몸이 그렇게 움직이더라고요. 설계 일을 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도면을 기어이 완성해내잖아요. 저는 사람 마음도 그렇게 노력으로 완성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연락을 더 자주 하고, 더 살갑게 굴고, 더 참으면 이 관계가 원래 모양으로 돌아올 거라고요. 그런데 애를 쓸수록 그 사람은 더 멀어졌고, 저는 제가 뭘 잘못하는지도 몰라서 자꾸 저만 탓했어요. 재회 상담을 신청하고 결과지를 받았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짚으셨어요. 그 사람이 지금 지나는 시기는 감정의 스위치가 통째로 내려가는 시기라, 저를 밀어낸 게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 감당이 안 되는 상태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놓은 거라고요. '이 이별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감당하지 못한 시기의 문제예요.' 이 문장을 캡처해서 한동안 배경화면으로 뒀어요. 밤에 또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그걸 보려고요. 제가 특히 놀란 건, 선생님이 그 사람은 힘들 때 위로를 받으면 오히려 더 미안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 지금 다가가는 건 도리어 그 사람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고 하신 거예요. 저는 계속 더 잘해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정반대였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그 사람 곁에서 무언가를 더 하려는 마음을 내려놨어요. 대신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사람 기운이 조금씩 올라오는 시기가 가을 무렵이라니, 그때까지 저는 제 리듬을 회복하는 데 쓰기로 했어요. 그 배경화면을 바꾼 뒤로 제 밤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려고 열었던 앱을, 이제는 그 문장을 한 번 읽고 그냥 닫아요. 더 잘해야 그 사람이 돌아온다고 믿던 저한테,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그 사람을 위하는 거라는 게 아직 낯설지만요. 도면처럼 밀어붙여 완성하는 사랑도 있는 줄 알았는데, 어떤 관계는 오히려 손을 떼야 숨을 쉰다는 걸 배웠어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매일 밤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던 손이 좀 잠잠해졌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 상담이 아깝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