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어요. 이런 거 다 두루뭉술하게 좋은 말이나 해 주고 끝나는 거 아냐, 딱 그 마음으로 신청했거든요 ㅋㅋ 법무법인에서 비서로 일해요. 하루 종일 남의 서류만 반듯하게 정리하다 보면, 정작 제 마음은 어디다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잠드는 밤이 많았어요. 예전에 만나던 사람이 쓰던 것과 똑같은 텀블러를 사무실 누가 들고 온 걸 보고 하루 종일 마음이 이상했던 날도 있었고요. 근데 받아 본 PDF 분량과 밀도에 좀 놀랐어요. 제 상황을 뭉뚱그려 넘기는 게 아니라, 진짜 제 얘기로 콕 집어 풀어 주시더라고요. 어디서 복사해다 붙인 거 아닌가 하던 의심이 읽는 동안 스르르 사라졌어요. 특히 제가 왜 늘 상대를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먼저 닫고 시작하는지, 그 뿌리를 짚어 주신 대목에서 그 줄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어요. 다치기 싫어서 먼저 문을 잠그는 게 습관이 됐다는 걸, 누가 말로 꺼내 주기 전엔 저도 몰랐거든요. 제가 왜 매번 좋은 사람을 앞에 두고도 먼저 마음의 셔터를 내렸는지, 그 뿌리를 짚어 주신 대목을 저는 며칠에 걸쳐 다시 읽었어요.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문을 잠근 건데, 그 문 때문에 정작 들어오려던 사람들을 다 돌려보낸 거였더라고요. 남의 서류는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하면서 제 마음 하나 정리 못 하던 이유가, 사실은 정리가 아니라 회피였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진짜 안 아까워요. 요란하게는 아니고, 그냥 조용히 만족하고 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