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같이 살던 집에서 제 짐을 빼던 날, 현관에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던 자리가 자꾸 눈에 밟혔어요. 이제 한 켤레만 남을 그 자리를요. 스물일곱에 처음 해본 동거였는데, 사랑해서 같이 살기 시작한 사람들이 설거지며 청소 같은 사소한 걸로 매일 부딪히다 결국 지쳐 헤어졌어요. 큰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니라 더 허무했어요. 짐을 다 빼고 나서도 한동안은 그 집 습관이 몸에 남아 있었어요. 저녁에 반찬을 두 사람 분으로 덜다가 손이 멈추고, 현관에서 신발을 한쪽으로 밀어놓던 버릇이 남아서 혼자 사는 집에서도 그러고 있더라고요. 자기 전에 그 사람 칫솔이 있던 자리를 괜히 한 번 보는 것도요. 매일 그 사소한 걸로 부딪혔으면서, 정작 그리운 건 그 사소한 것들이더라고요. 그게 그리움이라는 걸, 그땐 몰랐어요. 재회 상담을 받은 건 우리가 정말 안 맞아서 끝난 건지 알고 싶어서였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은 성향이 안 맞은 게 아니라, 생활 규칙을 한 번도 제대로 맞춰본 적 없이 각자 방식대로 부딪힌 것'이라고 하셨어요.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조율의 문제였다는 거예요. 설거지를 누가 언제 하느냐 같은 걸, 우리는 한 번도 정해두지 않고 그냥 각자 살던 대로 살다가 매일 서로에게 실망했던 거예요. 매일의 마찰을 마음의 문제로만 알고 저를 탓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마음이 좀 놓였어요. 다시 이어진다면 무엇부터 맞춰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짚어주셨어요. 청소 당번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사소하지만 우리한텐 꼭 필요했던 얘기요. 다만 그게 언제쯤일지는 시점이 두루뭉술하게 느껴져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어요. 마음이 급한 사람한테는 때가 흐릿하면 더 초조해지거든요. 그래도 헤어진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 충분히 값졌어요. 우리가 사랑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는 것, 그거 하나 아는 게 저한텐 컸어요. 별 네 개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