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답장이 좀 늦었죠? 오늘 좀 바빴어요.' 그녀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저는 속으로 온도를 재고 있었어요. 이게 관심의 표시인지,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지. 서른아홉에 소개팅 앱이라니 스스로도 좀 겸연쩍지만, 환경 쪽 일로 지방 출장이 잦다 보니 자연스러운 만남이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만난 사람과 두 달째인데, 문제는 연락의 온도차였어요.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가 생각나서 연락하고 싶은데, 그녀는 답이 빠를 때도 있고 반나절 뒤일 때도 있어요. 그 간격에서 저 혼자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했어요. 다 큰 남자가 답장 하나에 이렇게 재고 있다는 게 우습기도 했고요. 한번은 그녀가 세 시간을 답이 없던 날이 있었어요. 별일 아닌 걸 알면서도 저는 그 세 시간 동안 휴대폰을 열 번은 확인했어요. 대화창을 열었다가, 재촉하는 것 같아 다시 닫았다가. 서른아홉 먹은 남자가 앱 알림 하나에 이렇게 휘둘린다는 게 한심하면서도, 멈춰지지가 않더라고요. 솔직히 이 나이에 사주 상담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어요. 마흔이 다 된 어른이 연애 하나 스스로 판단 못 하나 싶어서요. 그런데 선생님이 그녀의 기운을 보시더니, 연락 빈도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만났을 때의 집중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녀는 후자라고 하셨어요. 연락이 뜸한 건 관심이 식어서가 아니라, 원래 메신저에 에너지를 잘 안 쓰는 구조라고요. 듣고 보니 그녀는 만나면 늘 제 얘기를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이었어요. 지난번에 지나가듯 말한, 제가 싫어하는 음식을 다음 약속 때 피해서 식당을 잡아두고, 다음에 만날 날짜도 늘 먼저 정하자고 하고요.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국물 파는 데를 미리 찾아두던 사람이었는데, 저는 그 정성보다 답장 속도에만 눈이 가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연락 횟수만 세느라 정작 더 중요한 신호들은 다 놓치고 있었던 거예요. 온도계를 엉뚱한 데 대고 있었던 셈이죠. 돌이켜보면 저는 늘 눈에 보이는 증거가 있어야 안심하는 사람이었어요. 확인되지 않으면 마음을 못 믿었고요. 그런데 사랑에는 눈금이 안 보이는 종류의 언어도 있다는 걸, 이 나이에 처음 배웠어요. 선생님은 연락을 재촉하지 말고 대신 만남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먼저 마음을 조금 더 내비쳐도 좋은 시기가 이번 가을이라고 짚어주셨고요. 그 조언대로 연락 문제로 조바심 내는 걸 멈추고, 만날 때 더 충실하려고 했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오히려 그녀 쪽에서 먼저 연락이 잦아지더라고요. 제가 재는 걸 멈추니 그녀도 그제야 편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사주가 미신이라 여기던 사람이 이런 후기를 쓰고 있는 게 아직도 좀 어색해요. 그래도 적어도 저는, 혼자 온도를 재느라 좋은 사람을 놓칠 뻔한 걸 여기서 겨우 막았어요. 확신이 없어 밤마다 대화창을 들여다보던 그 두 달이, 돌아보면 다 제가 스스로 만든 안개였어요. 그 안개를 걷어준 게 이 리포트였고요. 저처럼 답장 속도로 마음을 재느라 잠 못 이루는 분이 있다면, 재는 걸 멈추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