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카톡 답장을 썼다 지웠다 열 번쯤 하다가 결국 안 보내고 폰을 엎어놨어요. 이 사람이 저한테 밀당을 하는 건지 그냥 관심이 없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서요. 치과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해요. 하루 종일 사람들 얼굴 표정 읽는 게 일인데, 정작 이 사람 속만큼은 하나도 안 읽히더라고요 ㅋㅋ 친구 소개로 만났는데, 만나면 세상 다정하다가 헤어지고 돌아서면 연락이 뚝 끊기는 게 반복됐어요. 집에 오는 길엔 늘 그 사람 웃던 얼굴만 자꾸 눈앞에 떠올랐고요. 그게 사람을 더 헷갈리게 했어요. 어느 날은 그 사람이 좋아한다던 노래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데,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한참을 서 있었어요. 별것 아닌 것들이 자꾸 그 사람을 데려오니까, 관심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제가 바보 같기도 했고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밀당하는 게 아니라, 눈앞에 있을 때만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서툰 성정'이라고 하셨어요.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표현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대면에만 달려 있는 사람이라고요. 혼자 밤마다 온갖 의심을 지어내던 게 좀 민망해졌어요. 생각해보니 이 사람은 만날 때마다 다음 약속을 꼭 먼저 잡았어요. 헤어지고 연락이 없는 동안엔 서운했는데, 정작 마주 앉으면 제 얘기를 하나도 안 놓치고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표현이 없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자리가 저랑 달랐던 것뿐이에요. 그러고 며칠 지나서, 정말로 이 사람이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것도 일교차 큰데 감기 조심하라는 말까지 붙여서요. 그 한 줄 보고 혼자 실없이 웃었어요. 아, 이 사람 방식이 원래 이런 거였구나 싶었어요. 이제는 연락이 좀 뜸해도 예전처럼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아요. 이 사람은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표정 하나 못 읽던 사람인데, 이제 그 마음의 문법을 조금 알 것 같아요. 담담하지만 확실하게 마음이 놓인 상담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