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상대 부모님 반대로 헤어진 사람이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몇 달째 혼자 곱씹었어요. 서른여섯에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는데, 그 사람과 서로 좋아하는 마음엔 문제가 없었어요. 다만 그쪽 부모님이 제 직업이며 나이며를 두고 반대가 심했고, 결국 그 사람이 버티지 못하고 놓아버렸어요. 추석 연휴에 저희 집 어른들까지 좋은 사람 만날 때 됐다고 잔소리를 보태니 마음이 더 복잡해져서 상담을 신청했어요. 부모님 반대라는 벽은 사주로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큰 기대는 안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제 마음부터 짚으셨어요. 지금 그 사람을 원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 때문에 그 사람이 곤란해진 게 아닐까 자책하고 있는 거라고요. 맞았어요. 겉으론 화가 났는데 속으론 내 조건이 부족한가 싶어 밤마다 저를 깎아내리고 있었거든요. 말도 안 했는데 그 속을 읽어내셔서 놀랐어요. 선생님은 그 사람이 반대에 쉽게 꺾인 게 저를 덜 좋아해서가 아니라, 집안의 기대를 거스르는 걸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그 사람 혼자 부모님과 맞서게 두지 말고, 시간을 두고 그쪽 어른들이 저를 겪어볼 기회를 만드는 쪽이 현실적이라고, 내년 봄 이후가 그 물꼬를 틀 만한 시기라고 방향을 주셨어요. 방향은 좋았는데, 상대와 그쪽 부모님 분석이 조금만 더 자세했으면 했어요. 제 마음은 충분히 읽어주셨는데 정작 넘어야 할 그쪽 상황은 설명이 짧게 느껴졌거든요. 그 점이 아쉬워 4점을 드려요. 그래도 저를 그만 깎아내려도 된다는 걸 안 것만으로 큰 위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