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팀장님과 사내 연애 중이에요. 아무도 몰라요. 회사에서는 상사와 부하 직원이고, 퇴근하면 연인이에요. 처음에는 이 비밀이 설레었어요. 회의 중에 눈이 마주치면 입꼬리를 참는 게 스릴이었고, 야근 끝나고 옥상에서 몰래 손을 잡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6개월이 지나니까 비밀이 짐이 되기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새로 온 여자 대리가 팀장님한테 말을 걸 때마다 속이 뒤집어지는데 아무 표정도 할 수 없어요. 워크숍에서 다른 팀 여자 직원이 팀장님한테 연락처 물어보는 걸 본 적이 있는데 화장실에 가서 울었어요. 질투해도 티를 낼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잔인한 건 줄 몰랐어요. 더 힘든 건 친구들한테 말을 못 한다는 거예요. 연애 얘기를 하고 싶어도 '사내 연애인데 그것도 상사랑'이라고 하면 다들 뜯어말릴 게 뻔하니까요. 혼자 끙끙 앓으면서 이 관계가 맞는 건지, 우리한테 미래가 있긴 한 건지 불안했어요. 가끔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둘만 타게 될 때 잠깐 손을 잡는 그 몇 초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게 슬프기도 했어요. 선생님이 이 관계가 오래 숨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올해 안에 공개하거나 끝내거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셨어요. 상대방 사주를 보시더니 이 사람은 책임감이 강한 타입이라 공개해도 끝까지 함께할 의지가 있고, 오히려 숨기는 것 자체가 두 사람 모두를 갉아먹고 있다고요. 공개하기 좋은 시기로 올 가을을 짚어주시면서, 그때까지 두 사람이 회사 밖에서 충분한 추억을 쌓아놓으라고 하셨어요. 회사 생활과 연애 사이에서 방향을 잡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숨기는 연애의 외로움을 이해해주신 것만으로도 큰 위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