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밤에 이불 속에서 폰만 붙잡고,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백 번쯤 되짚어보다가, 결국 새벽에 신청 버튼을 눌렀어요 ㅋㅋ 잠은 다 잤죠. 일교차 큰 요즘 날씨처럼 제 마음도 하루에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했어요. 낮에 답장 빨리 오면 확신했다가, 밤에 조용하면 또 접었다가. 카톡 하나에 저녁 기분이 통째로 좌우되니까, 이 감정 소모가 지겨워서 누구한테라도 정리를 받고 싶었어요. 그 사람 프로필 사진이 바뀐 걸 몇 시에 봤는지까지 기억하는 제가, 저도 좀 무서웠어요. 폰을 뒤집어 두고 자겠다고 다짐해놓고, 십 분도 안 돼서 다시 화면을 켜는 저를 봤어요. 썸이라는 게 참 이상한 게, 사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잠 못 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확신을 달라고 조를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을 접기엔 낮에 온 다정한 답장 한 줄이 자꾸 발목을 잡아요. 이 사람 마음이 어느 쪽인지 몰라서, 제 마음도 어디에 둬야 할지를 몰랐어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지냈어요. 친구들 만나면 웃고 떠들고, 회사에선 할 일 야무지게 하고. 근데 화장실에서 폰 꺼내 답장 왔나 확인하고, 안 왔으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는 거예요. 퇴근길 버스에서 창밖을 보다가도 손은 어느새 폰을 켜서 마지막 메시지를 다시 읽고 있었어요. 읽은 걸 또 읽으면서 없는 뜻을 만들어내는 게 제 특기가 됐어요. 그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확인이 제일 저를 지치게 했어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치르는 감정 노동 같았달까요. 이런 걸 남한테 물어본다는 게 좀 창피했어요. 스물일곱이나 돼서 썸 하나 못 읽고 앉아 있는 이 상황이요 ㅋㅋ 근데 선생님이 제가 구구절절 써낸 상황을 딱 한 줄로 정리해주시는데 좀 놀랐어요. '당신은 상대의 마음이 궁금한 게 아니라, 흔들리는 자기 마음을 붙잡아 줄 근거가 필요한 상태'라고요. 정곡이었어요. 저는 그 사람이 아니라 저 자신이 불안했던 거예요. 구구절절 세 페이지를 써 냈는데 그걸 한 문장으로 되돌려 받으니, 제가 여태 붙잡고 있던 질문 자체가 틀렸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상대가 날 좋아하나가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까지 불안한가가 진짜 물음이었어요. 그러면서 상대가 저한테 보내는 신호들을 하나하나 다르게 읽어주셨어요. 연락이 뜸한 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원래 마음을 확인하기 전까지 거리를 재는 신중한 성정이래요. 제가 조급해서 자꾸 앞서 나가는 거지, 상대는 상대 속도로 오고 있는 거라고요. 저는 답장이 삼십 분 늦으면 마음이 식은 거고 오 분 만에 오면 관심이 있는 거라고, 혼자 규칙을 만들어놓고 그 규칙에 제가 시달리고 있었던 거예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제가 언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시기까지 짚어주신 거예요. 지금은 확인하려 들지 말고 상대가 편하게 다가올 여지를 두라고, 그러다 계절이 한 번 바뀔 즈음 흐름이 잡힌다고 일러주셨어요. 그 말 듣고 나서 폰 확인하는 횟수가 확 줄었어요. 폰을 손에서 놓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는데, 확인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아니까 손이 좀 느슨해지더라고요. 쫓기던 마음이 바닥에 닿아 가만히 내려앉은 느낌이었어요. 결과 자체는 아직 모르죠. 근데 이 사람 마음을 알아내는 것보다, 제 마음이 덜 흔들리게 된 게 더 큰 소득이었어요. 예전엔 답장 하나에 하루가 통째로 왔다 갔다 했는데, 이제는 그 사람 속도를 기다려줄 여유가 조금 생겼어요. 여전히 이 사람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요. 근데 이제 그걸 몰라도 하루가 통째로 흔들리진 않아요. 아직도 가끔은 프로필 들여다보다가 흠칫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밤에 폰 엎어놓고 잘 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