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여섯 살 위 사람의 다정함은 어디까지가 예의고 어디부터가 마음일까요. 저는 그 경계를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어요. 상담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남의 감정 결은 곧잘 읽는데, 정작 제 앞에 앉은 사람 마음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하루 종일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집에 오면, 정작 제 마음 하나는 누구한테도 못 물어보고 혼자 끌어안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늘 저에게 다정한데 그게 저한테만 그런 건지 원래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어요. 그 물음 하나로 며칠 밤을 뒤척였어요. 선생님이 그 사람 기운을 보시더니, 나이 차이에서 오는 여유를 호감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 사람은 관심 없는 상대에게는 애초에 시간을 내주지 않는 성향이라고 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아무리 바쁜 날에도 제 얘기라면 늘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었더라고요. 늦은 퇴근길에 방향이 반대인데도 굳이 저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고 돌아가던 그 뒷모습이 그제야 다르게 보였어요. 그리고 조급하게 마음을 들이밀기보다 그 사람의 여유 있는 속도에 저를 맞춰가라고 하셨어요. 나이가 있는 만큼 서두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니, 천천히 신뢰부터 쌓으라고요. 정답을 쥐여주신 게 아니라, 제가 이미 지나쳐 놓친 증거들을 다시 보게 해주셨어요. 확신이 없어 애태우던 밤이 무색하게, 이제는 그 사람의 다음 다정함을 조금 다른 눈으로 기다리게 됐어요. 혼자 재느라 놓칠 뻔한 신호가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