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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도서관에서 스무 해 가까이 책을 제자리에 꽂으며 살았어요. 저는 조용하고 무던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연애 앞에서만은 딴사람이 되더라고요. 그 사람의 하루를 자꾸 확인하고, 답이 늦으면 무슨 일이 있나 의심하고, 그러다 결국 제 손으로 그 사람을 밀어냈어요. 떠난 사람을 붙잡을 염치도 원망할 자격도 없어서 재회 상담을 받았어요. 사실은 이 사람을 놓치면 영영 혼자일 것 같은 두려움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거였어요. 마흔이라는 나이가, 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밤마다 목을 조르던 참이었거든요. 선생님이 제 사주를 보시더니, 저는 애정이 깊은 만큼 불안도 크게 밀려오는 구조라 그 불안을 상대를 조이는 방식으로 풀어온 거라고 하셨어요. 집착이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불안의 크기였다는 그 한마디가, 오래 목에 걸려 있던 가시 하나를 빼주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동안 많이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속여왔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밤마다 그 사람 마지막 접속 시간을 확인하던 제 손이 보였어요. 사랑을 확인하려던 게 아니라 사라질까 봐 무서워서 붙든 손이었더라고요. 그렇게 꽉 쥔 손이 결국 사람을 밀어냈고요. 쥐면 쥘수록 빠져나가는 게 모래인 줄도 모르고요. 당장 연락하라는 얘긴 없었어요. 다만 그 불안을 스스로 다루는 법을 먼저 익혀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하셨고, 그 말이 옳아요. 책을 제자리에 꽂듯, 흐트러진 제 마음부터 조용히 제자리에 두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급하게 붙잡는 대신, 붙잡아도 되는 사람이 되고 나서 손을 내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