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영상 편집을 하다 말고, 타임라인 대신 자꾸 그 사람 인스타를 누르고 있었어요 ㅋㅋ 컷 하나 넘기는 데 30분씩 걸리고, 방금 뭘 만지고 있었는지도 까먹고. 일에 이 정도로 집중이 안 되면 이건 좀 심각한 거잖아요. 썸 타는 사람이 얼마 전에 긴 연애를 끝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한테 잘해주긴 하는데, 이게 진짜 저를 향한 호감인지 아니면 헤어진 사람 빈자리를 잠깐 저로 데우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괜히 마음 다 줬다가 대타로 쓰이고 버려지는 그림이 자꾸 그려졌어요. 그 사람이 예전 연애 얘기를 무심코 흘릴 때마다, 나는 그 사람 자리에 앉은 대역인가 싶어서 혼자 쪼그라들었고요. 밤에 그 사람 프로필 들어갔다 나왔다만 반복하다가, 이럴 바엔 돈 주고라도 정리를 받자 싶었어요. 선생님이 그 사람 상황을 짚어주셨는데 '지금 이 사람은 이별의 여운이 아직 남은 시기는 맞지만, 그렇다고 빈자리에 아무나 채우는 유형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받은 직후라 사람을 더 신중하게 고르는 구조'라고요. 대타 걱정을 제가 입도 뻥끗 안 했는데 그 불안부터 풀어주시더라고요. 이 사람이 다가오는 속도가 느린 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 번 데인 직후라 조심스러워서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제가 다가갈 타이밍을 콕 집어주셨어요. 지금처럼 들이대지 말고, 이 사람이 먼저 편해질 때까지 딱 반 발만 물러서 있으라고. 8월이 지나면 이 사람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흐름이니 그때가 자연스럽다고요. 뭘 안 하는 게 오히려 방법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조급하던 마음이 확 가라앉았어요. 그 며칠, 제 하루의 리듬이 완전히 그 사람 인스타 접속 시간에 맞춰져 있었어요. 초록 불이 켜지면 지금 뭐 하나 궁금하고, 스토리가 올라오면 이건 나 보라고 올린 건가 아닌가 혼자 해석하고. 휴대폰을 엎어놨다가도 오 분을 못 참고 다시 뒤집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이렇게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일이었나 싶었어요. 제가 대역일까 봐 무서웠던 그 마음의 정체도 그제야 보였어요. 저는 늘 사랑을 받기 전에 내가 몇 순위인지부터 계산하는 사람이었더라고요. 이번에도 그 버릇이 튀어나와서, 아직 시작도 안 한 관계를 혼자 등수 매기고 있었던 거예요. 선생님이 반 발 물러서라고 한 뒤로 그 초록 불 확인하는 것부터 끊었더니, 비어 있던 제 저녁 시간이 조금씩 저한테 돌아오더라고요. 들이대는 대신 그냥 제 일상을 사는 걸로 바꾸니까, 그 사람이 오히려 먼저 안부를 물어오는 날이 생겼어요. 웃긴 건 제가 편해지니까 그 사람도 덩달아 편해 보였다는 거예요. 제 초조함이 그동안 은근히 그 사람한테도 전해지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한 가지, 5만원이 저한테는 살짝 부담이긴 했어요. 프리랜서라 수입이 들쭉날쭉하거든요. 결제하면서 이거 이번 달 통신비인데 싶었어요 ㅋㅋ 근데 밤마다 혼자 끙끙 앓으며 인스타만 들여다보던 그 시간을 돈으로 치면 이게 훨씬 싸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별 하나는 그 부담 때문에 뺐지만, 후회는 안 해요. 적어도 저는 이제 대역인지 아닌지 하는 상상은 그만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