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선생님이 리포트에 써주신 게 정말 그대로 벌어졌어요. 상대가 먼저 연락을 줄 거라고 하셨는데, 2주쯤 지나니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안부 메시지가 딱 왔거든요. 그걸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어, 그다음은 뭐라고 하셨더라'였어요. 반갑다는 감정보다 리포트부터 다시 열어본 제가 좀 우습긴 했어요 ㅋㅋ. 그래서 이번엔 그다음 단계가 궁금해 추가질문을 신청했어요. 연락이 온 건 좋은데, 여기서 제가 냉큼 달려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좀 뜸을 들여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거든요. 마흔둘이나 먹고 문자 하나 앞에서 이러고 있는 게 스스로도 우습다가도, 막상 창을 열면 손가락이 굳더라고요. 사실 그동안 저는 그 사람을 좀 원망하고 있었어요. 먼저 등 돌린 게 그쪽인데 왜 나만 이 밤들을 견디나 싶어서요. 그 사람 안부 메시지를 받고도 처음엔 반가움보다 얄미움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게 잘 지냈냐니, 하는 마음이요. 근데 그 원망이라는 게, 알고 보면 아직도 그 사람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더라고요. 정말 다 끝난 사람이면 얄밉지도 않았을 텐데요. 미움과 기다림이 한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는 걸 그제야 인정했어요. 선생님이 '지금은 반가운 티는 내되 매달리는 인상은 주지 않는 게 좋은 때라, 답은 하루쯤 여유를 두고 담백하게 보내라'고 하셨어요. 속도 조절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짚어주시니, 괜히 조바심에 그르치는 일은 없겠다 싶었어요. 저 혼자였으면 반가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장문으로 답장을 쏟아냈을 텐데, 그랬으면 애써 온 연락을 도로 밀어냈을지도 몰라요. 예측이 맞은 것도 놀라웠지만, 맞은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까지 이어서 물어볼 수 있다는 게 저한텐 더 든든했어요. 마흔둘이나 먹고도 이런 게 서툰데, 옆에서 속도를 잡아주는 손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어요. 원망만 하던 마음이 어느새 정리 쪽으로 기울어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