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러닝 동호회 단톡방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었다 닫았다 했어요 ㅋㅋ 새 메시지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러닝이랑 등산 모임에서 만난 사람인데, 어쩌다 독서모임까지 같이 나가게 되면서 자꾸 눈이 갔어요. 근데 이게 저 혼자만의 착각인지 아닌지가 제일 무서웠어요. 스물다섯에 사회복지사로 일해요. 하루 종일 어르신이며 아이들이며 남의 감정은 잘도 읽으면서, 정작 제 앞에 있는 사람 마음은 왜 이렇게 안 보이는지 ㅋㅋ 모임 끝나고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오늘 그 사람이 저한테 한 말들을 하나하나 되감아 봤어요. 밥을 먹어도 그 생각, 자려고 누워도 그 생각이라 며칠은 잠도 설쳤어요. 좋아하는 마음보다 이게 짝사랑으로 끝날까 봐 겁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혼자 판단이 안 서니까 결국 썸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여럿이 있을 때랑 둘일 때 온도차가 큰 타입이라, 단톡방에서 무심한 걸 신호로 읽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오히려 둘이 남는 상황을 은근히 만드는지를 보라고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게, 생각해보니 이 사람 항상 뒤풀이 때 슬그머니 제 옆자리에 앉더라고요. 다 같이 헤어질 때도 저랑 같은 방향이면 굳이 한 정거장을 더 걸어서 데려다줬고요. 단톡방 반응만 보고 관심 없나 보다 했던 게 완전히 헛다리였던 거예요. 제가 신호를 엉뚱한 데서 찾고 있었어요. 그걸 짚어주시니까 저 혼자 김칫국 마신 게 아니구나 싶어서, 며칠 조이던 마음이 좀 풀렸어요. 남의 마음은 그렇게 잘 읽으면서 제 앞의 신호는 왜 못 봤나 싶어 좀 머쓱하기도 했고요. 다만 제가 제일 궁금했던 다가갈 타이밍 부분이 생각보다 짧게 끝나서 조금 아쉬웠어요. 언제 어떻게 한 발 내밀면 좋을지 그 대목이 좀 더 자세했으면 5점이었을 텐데요. 그래도 이 사람이 뒷걸음질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안 것만으로 방향은 확실히 잡혔어요.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