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같이 살던 사람과 헤어진 지 3주가 됐을 때 신청했어요. 스물넷에 성악을 전공하는데,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제 생활이랑 그 사람 생활이 부딪히면서 사소한 걸로 매일 다투다 결국 짐을 뺐어요. 같이 살아본 사이라 그런지, 헤어지고 나니 그 사람 없는 집이 너무 조용해서 그게 제일 견디기 힘들었어요. 연습 끝나고 텅 빈 방에 들어와 불을 켜면, 늘 두 개 놓여 있던 슬리퍼가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그 사소한 게 며칠을 사람 마음을 긁었어요. 발성 연습을 하다가도 목소리가 갈라져서 멈춘 날이 많았고요. 소리로 먹고사는 사람이 소리가 안 나오니, 그 조용한 집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은 마음이 안 맞은 게 아니라 생활 리듬이 정반대라 같은 공간에서 부딪힌 거라, 거리랑 방식만 바꾸면 결이 다를 수 있다고 하셨어요. 헤어진 이유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었다는 말에 좀 위로가 됐어요. 문제는 우리 마음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준 거리였던 거예요. 밤낮이 다른 두 사람이 한 방을 쓰려다 지친 거지, 정이 없어서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 말에 제일 위로가 된 건, 우리가 사랑을 잘못한 게 아니라는 대목이었어요. 방식만 몰랐던 거지 마음이 틀렸던 건 아니라는 게, 스물넷의 저한텐 컸어요. 다만 결과지가 오기까지의 며칠이, 성미 급한 저한텐 하루가 열흘 같았어요. 답을 얼른 보고 싶은데 그 기다림이 길게 느껴졌어요. 내용은 좋았는데 그 점이 아쉬워서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