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필라테스 강사로 십오 년을 일했습니다. 몸을 쓰는 일이라, 마흔이 넘으니 이 일을 대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예전 같지 않은 어깨를 돌려볼 때마다 그 물음이 조금씩 무거워졌고, 그래서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저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오래 만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이곳에서 궁합 상담을 받았었지요. 그 관계는 결국 정리됐고, 혼자가 된 뒤 저는 일에 더 깊이 몰두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다시 문을 두드린 건, 그때 그 판단이 정확했다는 믿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질문은 창업 시기였습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낼지, 아니면 온라인으로 운동 콘텐츠부터 시작할지. 나이가 있는 만큼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어서, 시기만큼은 신중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마흔에 새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매일 무서웠습니다. 이십 대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시간이 있지만, 지금 크게 데면 회복할 시간이 있을까. 게다가 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매일 수업에서 느끼다 보니, 언제까지 이 몸으로 벌 수 있을지도 불안했습니다. 저녁 수업까지 마치고 텅 빈 스튜디오에 혼자 남아 거울 앞에 앉아 있으면, 이 결정을 나눌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이 유난히 크게 다가왔습니다. 제 사주를 한참 들여다보시던 선생님이 입을 여셨습니다. 지금은 확장의 시기가 아니라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 올해 안에 크게 벌이면 자금이 묶여 답답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실제 개업은 내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무렵이 순하다고요. 그리고 저처럼 몸이 곧 자산인 사람은 오프라인 공간에 전부를 걸기보다,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먼저 쌓아 이름을 알린 뒤 공간을 여는 순서가 위험을 줄인다고 하셨습니다. 무리한 대출을 경계하라는 말도 덧붙이셨고요. 담담하게 적힌 글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마흔에 새 판을 짜는 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났는데, 시기와 순서가 정리되니 그 조바심이 계획으로 바뀌었습니다. 늦은 게 아니라 순서가 있었을 뿐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십오 년을 몸으로 쌓아온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새 그릇에 옮겨 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특히 위로가 됐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걸 다른 방식으로 펼치는 거였으니까요. 마흔이라는 나이가 새 출발의 걸림돌이 아니라, 십오 년의 밑천을 쥔 자산이라는 걸 그제야 다시 봤습니다. 월별로 무엇을 준비하고 언제 실행할지 캘린더가 붙어 있어, 그대로 스튜디오 벽에 붙여두었습니다. 혼자 밤늦게 사업 계획서를 열어두고 막막해하던 시간이, 이제는 해야 할 일의 목록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업 사이 쉬는 시간마다 그 캘린더를 올려다보면, 막연한 두려움 대신 이번 달엔 이걸 하면 되는구나 하는 구체적인 안심이 생깁니다. 혼자 결정을 짊어져야 하는 건 여전하지만, 적어도 그 결정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이제 압니다. 마흔에 혼자 새 판을 짜는 일이, 이제는 덜 외롭습니다. 별점은 망설임 없이 다섯입니다.